미국 따라가는 한국 국채금리…고물가 탓 동조화 더 뚜렷해져
미국이 변동 요인의 58% 차지
직접투자 등 늘어 파급력 강화
# 직장인 남모씨는 언제부턴가 출근길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방준비제도 의장 발언 관련 뉴스를 챙겨보게 됐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생긴 습관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과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통화 긴축기 미국 국채금리의 국내 파급 영향 확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채금리는 2022년 이후 미국 국채금리 변동에 전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와 미국 장기 국채금리 간 상관계수는 2022~2024년 0.94로, 2013~2021년 0.61에 비해 54% 상승했다. 1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0.53), 영국(0.74), 호주(0.83), 캐나다(0.88) 등보다도 높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력은 2022년 이후 더 커졌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3~2021년 45%에서 2022년 이후 58%로 높아졌다. 한국 국채금리 변동 시 58%가 미국 요인, 나머지 42%가 국내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같은 기간 미국 금리의 영향력이 선진국에선 평균 3%포인트, 신흥국에선 평균 4%포인트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한·미 간 장기 국채금리 동조화가 더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미국 국채금리의 국내 영향력이 커진 이유를 두 나라 금융의 연계성 강화에서 찾았다. 2019년 이후 양국의 주식이나 채권 투자, 직접투자가 경제규모(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미국 국채금리의 파급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2022년 세계적으로 나타난 고물가 현상 등으로 주요국의 물가 여건이 유사해진 것도 이유였다.
한은은 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20년 이후 양국 금리가 유사하게 움직인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금리에 대한 기대도 미국을 따라가는 ‘일종의 경직적 기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구병수 한은 채권시장팀 과장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미국 국채금리의 영향으로 국내 장기 국고채 금리가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국가별 물가·경기 여건에 따른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가 본격화될 경우에는 미 국채금리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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