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홍콩 ELS ‘선방’ 비결? DLF·라임 때 ‘먼저 맞은 매’ 영향!

윤지원 기자 2024. 4. 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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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액 413억원뿐…KB의 0.52%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 다른 은행에 비해 선방한 곳이 우리은행이다. ELS 판매 규모가 작고, 손실배상도 모든 은행 중 가장 먼저 결정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ELS를 총 413억원어치 팔았다. KB국민은행(7조8458억원) 판매 규모의 0.52% 수준이다. 각각 2조원어치 넘게 판매한 신한·농협·하나은행과 비교해도 한참 밑돈다. 우리은행이 ELS를 팔 수 있는 주가연계신탁(ELT) 총량 한도가 4조원으로 KB국민(13조원) 등에 비해 작다는 점을 고려해도, ELS 판매 규모가 총량의 1% 수준이라는 건 못 팔았다기보다는 안 팔았다는 쪽에 더 가깝다.

통상 은행권은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승인 여부를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판단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위원회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H지수 ELS를 포함한 개별 상품 선정은 업무 담당자가 했고, 위원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H지수 변동성을 판단하는 모니터링도 없었다.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작아 금감원 조사를 피했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H지수 ELS 출시량 자체가 적었다는 점이다. 리스크총괄부와 상품모니터링팀은 H지수의 향후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를 냈고, 비예금상품실무협의회와 비예금상품위가 연달아 H지수 ELS를 적게 파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 안에서는 ‘매를 먼저 맞은 경험이 내부통제를 작동시켰다’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온다. ELS 판매 규모를 결정한 2021년 초는 우리은행이 평균 손실률 52.7%에 달한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 책임에 따라 6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조치도 이 무렵 나왔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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