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카르텔” 때린 윤 대통령, 대화 여지 열어둔 대통령실
총선 앞두고 처음으로 ‘타협’ 태도 보였지만
담화에 의사들 반감…‘투 트랙’ 효과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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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 담화는 의대 정원 2천명 확대의 당위성 설명과, 2천명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의료진들에 대한 거친 비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통일된 안을 제안하라”며 공을 의사들에게 넘겼다. 40일을 넘어선 의-정 갈등 속에 커지는 의료 공백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A4용지 25장 분량의 담화문에서 절반가량을 의대 정원을 2천명 확대한 근거와 그 과정에서 이뤄진 의사단체들과의 소통, 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외국 사례 등을 설명하는 데 썼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와 2022년 5월 정부 출범부터 최근까지 37차례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논의 날짜와 내용을 일일이 열거했다. ‘불통’ 이미지를 불식하려 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은 “2천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정부가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반대로 의료계를 향해서는 “수십차례의 논의를 해놓고도 근거 없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장기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이 의료계의 비협조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40일을 넘긴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공개한 리서치앤리서치의 무선전화번호 임의걸기(RDD) 여론조사(3월28∼29일)를 보면 정부의 의료 공백 대응을 두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7.5%,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5.8%로 조사됐다. ‘중재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57.2%로 ‘2천명 정부안 유지’ 응답(28.5%)보다 두배 높게 집계됐다. 정작 국민이 바라는 대책은 담화에 담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을 하며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천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진다” 등의 표현을 통해 ‘근거 없이 힘의 논리만 내세우는 집단’으로 사실상 규정했다. 그는 “집단행동을 하겠다면 증원을 반대하면서 할 게 아니라 제가 (의료개혁과 의료지원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정부들이 (의사들과)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의사 카르텔’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 현장 ‘건폭’ 척결 △한-일 관계 개선 △탈원전정책 폐기 정책 등을 “국민에게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천”한 사례로 열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담화문 말미에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 일제히 담화의 핵심은 ‘2천명 고수’가 아니라 ‘논의를 통해 변경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저녁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2천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인 수치라는 입장은 아니다. 탄력적이고 전향적으로 의대 증원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정부는 2천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서 더 좋은 의견이나 합리적인 의견이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화의 주제는 2천명 증원 방침 고수가 아니라 대화하겠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증원 문제에 타협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기존 태도에서 물러서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원칙’과 ‘당위’를 지키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참모들은 타협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하며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고 풀이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강경 기조’에 무게를 둔 윤 대통령의 담화에 부정적이어서 빠르게 의-정 대화국면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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