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퇴진” 10만명 시위…이스라엘 민심 폭발
가자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
조기 총선·휴전 협상 촉구
지난해 사법개편 혼란 연상
외신 “내부 갈등 재점화”
탈장 수술 받은 네타냐후
“라파 지상전 준비 끝났다”
사퇴 거부…전쟁 강행 시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크네세트) 근처에서 벌어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로, 외신들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분출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 본인도 탈장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등 굳건했던 리더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크네세트 인근엔 10만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극우 내각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석방을 위한 조속한 휴전 협상을 촉구하며 앞으로 나흘간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후에도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크고 작은 시위는 계속 이어졌지만,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집회는 지난해 이스라엘 전역을 휩쓸었던 사법개편 혼란상을 상기하게 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이스라엘인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반정부 시위를 자제해왔다”며 “전쟁으로 잠시 완화됐던 이스라엘 내부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길어지는 전쟁을 이젠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사인 마이클 베긴은 NYT에 “우리는 6개월 동안 참았다”며 “처음엔 전쟁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젠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의 병역 면제를 놓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며 분열된 국론에 기름을 부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건강도 도마에 올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신 마취 상태로 탈장 수술을 받았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수술 직후 “양호한 상태로 회복 단계에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7월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는 등 건강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건강 문제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면서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군 투입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탈장 수술을 앞두고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전과 민간인 대피, 인도적 구호 준비가 모두 끝났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작전은 진행할 것”이라며 “라파 작전 없이는 하마스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조기 총선을 치르면 인질 석방 협상이 최소 6~8개월 동안 마비된다”며 거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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