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한국 같아요” 옌볜 여행 인기…실상은 민족 통합작업 가속

김효신 2024. 4.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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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서 이른바 '조선족'이라 불리는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조선족자치주가 최근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습니다.

K-드라마 등 한국문화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정작 조선족자치주에서는 '조선족'의 정체성은 물론 '조선말'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베이징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봅니다.

김효신 특파원!

요새 중국 MZ 세대들 사이에서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조선족자치주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제가 직접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다녀왔는데요.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도, 시내 곳곳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촬영에 몰두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복을 차려입은 청년 대부분은 중국인이었구요.

간혹 외국인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룽야오/관광객 : "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이런 인기 덕에 지난해에만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찾은 관광객이 2,500만 명을 넘어서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앵커]

한국 문화의 인기 덕에 중국 동포들도 힘이 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요?

[기자]

네, 중국 동포로서 정체성은 한글을 사용하며 우리와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데 있을 겁니다.

그런데 조선족자치주에서마저 한글 사용이 크게 위축되고 있었습니다.

옌지 시내에는 한국 간판이 즐비해서 '한국의 벽'이라고 불리는 상가가 있습니다.

한국에 온 기분을 느끼면서 이 상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데, 이 상가에서조차 중국어 간판이 늘고 있었습니다.

중국 지방 정부가 '조선어문조례'를 개정하며 시작된 변홥니다.

한국어 중심의 표기가 중국어 중심으로 바뀌었고, 일부 상인들은 중국 당국이 최근까지 기준에 따라 간판을 교체하도록 지속 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에 한국어로 교육하던 중국 동포 학교들도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국 동포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거의 모든 과목을 중국어로만 수업하게 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선양의 한 중국 동포 학교를 찾았는데요.

체조를 하고 있는데, 구호가 모두 중국어였습니다.

과거에는 모두 한국어로 수업했는데, 지금은 중국어로 수업하고 한국어는 외국어처럼 따로 시간을 정해서 수업한다고 현지 학부모는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중국 동포 학부모/음성변조 : "후세대들이 이제 이러다 보면 점점 언어를 잃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이제 좀 아쉽고 많이 마음이 아픈 거죠."]

중국동포 숫자 자체도 꾸준히 줄면서, 많은 동포 학교들은 문을 닫거나 중국 학교와 통합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헌법으로 소수민족의 고유 언어, 문자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애국주의교육법'을 내세우며 민족 통합을 가속화 하는 분위깁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사명환/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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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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