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계 넘는 삼성금융… 은행·보험 초긴장
건강보험 위주 상품 속속 전환
타은행과 서비스 제휴도 추진
삼성생명이 금융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보험 포트폴리오 전략에 '손보 D.N.A'를 이식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이면서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합한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새 회계제도 도입 후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이 사업 다각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은행 없는' 삼성금융이 타 은행과 서비스 제휴를 추진하면서 은행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인 오픈플랜과 손잡고 생보업계에서 처음으로 일 단위 보장이 가능한 '임베디드 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 보험은 보험업 밖의 상품 및 서비스에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 가격에 보험 관련 비용이 간접적으로 포함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여행 플랫폼에서 여행 상품을 구매하면 여행 도중 발생하는 각종 사고나 상해를 일 단위로 보장해 준다. 이 상품에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기존 생·손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측도 "비대면 거래의 증가와 함께 모든 영역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임베디드 보험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의 시장 가치는 오는 2030년까지 약 7000억달러(928조원)로 예상된다. 생명·건강 분야 등으로 인슈어테크 기술을 적용하면 가치가 3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3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홍원학 사장의 진두지휘로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대신 손보업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건강보험 위주로 속도감 있게 상품을 전환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생보사의 효자 상품인 종신보험이 더이상 팔리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전략 변화다. 특히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경쟁이 치열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세워야만 했다. 삼성생명은 건강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며 매년 3조원대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생명의 이같은 전략에 따라 다른 손보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은 생·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 상품으로, 손보사가 7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손보사에 맞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걸기 위해 손보사의 강점인 보장 담보를 세분화하는 등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업에 한계를 두지 않는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사장은 "현재 모든 개념과 관점의 외연을 확장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금융과 제조, 기술과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전 영역을 연결해야만 하는 시대"라며 "사업의 판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고객들과 사업 기회를 찾고 본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가 추진하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모니모 내 타 은행업 제휴 방안도 주목된다. 삼성금융은 KB국민·하나은행과 케이뱅크 3곳을 놓고 제휴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사가 정해지면 해당 은행 계좌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모니모를 슈퍼앱으로 키우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생보업 돌파구로 건강보험과 함께 디지털 시대 맞춤 보험 상품을 내걸면서 새로운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손보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다른 삼성금융 계열사와 은행업까지 품는 전략을 시도하면서 미칠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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