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로 KBS 장악"…'대외비 문건' 논란 일파만파[현장EN:]
'KBS 우파 인사 장악' '노조 무력화' 등 방안 담겨
"내부 조력자 있을 것…간부직 회람 등 사내 유통"
"국힘 토론회 내용 유사…권력 핵심 아니고서야"
사측 "출처 미상…MBC 사실무근 보도에 유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누리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대외비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KBS 박민 사장을 언급한 문건의 표지에는 '대외비'란 분류와 함께, "위기는 곧 기회"라며 "KBS를 파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건이 박 사장에게 촉구한 'KBS 정상화' 주요 내용으로는 불공정 편파 왜곡 가짜뉴스 근절, KBS본부 중심의 노영방송 체제 단절 등을 꼽고 있다. 'KBS 공중분해'에 해당하는 방송구조 개편 주요 내용으로는 1공영·1민영 개편, 특히 2TV는 민영화를 제시했다.
박 사장 취임 즉시 추진해야 할 현안 1번은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으로, 인사를 우파 중심으로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임원이나 자회사 사장 및 감사, 국장급 직위에 대해서는 가능한 우파를 등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KBS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근로기준법, 방송법을 위반한 내용"이라며 "KBS 정관을 봐도 인사규정 어디에도 정치성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하지 않았다. 특정 정치성향(우파)을 우대해 간부진을 임명한 것은 인사규정 위반, 나아가 방송법 및 공사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짚었다.
사내 다수 노조인 KBS본부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KBS본부의 단절을 'KBS 정상화'로 규정하고 '특정 노조중심'의 편중된 인사 해결을 즉시 추진 현안으로 꼽았다. 실제로 구성원 절반가량이 KBS본부 조합원임에도 박 사장 취임 이후 부장 이상급 직위 승진 결과를 보면 전체 보직 승진자 가운데 KBS본부 조합원은 12%에 불과하다.
KBS본부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교섭대표노조인 KBS본부와의 단절을 꼽은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부정하는 심각한 부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임명동의제 폐지, 단체협약 무산은 물론이고 '파업을 하게 되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파업 유도 등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전언이다.
문건에는 '단체협약 무협약 상태까지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사측에서 단체협약의 채무적 효력(조합비 공제 협조)을 지렛대(볼모) 삼아 단체교섭의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국장 5인 임명에 대해서도 '임명동의 대상인 보도국장 등 5명은 사장 의지대로 임명하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발령을 강행하거나, 선임부장으로 발령 내고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함'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사측이 문건 시나리오에 따라 의지를 관철하고 있어 KBS본부는 더욱 심각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인건비 비중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첫째 인력을 감축하는 것, 둘째는 임금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며 특히 임금 삭감의 경우에는 삭감해야 하는 수준까지 지정됐다. 이에 더해 '인건비 비중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안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 즉 외주 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건 작성의 주체는 누구이며 유통 경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KBS본부는 "1인이 작성한 것은 아니며 내부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밀한 회사 내부 사정이나 회사 경영 관련 내부인이 아니면 취득하기 힘든 데이터가 있다. 예상되는 그룹이 있고, 내외부 인력이 함께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회사 간부직 내에서 회람이 됐을 것으로 보이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문건을 내려보냈다. 평직원 중에서도 이 문건을 봤다는 이들을 확인했다. 사내 유통이 됐음은 명백하다. 결국 이를 통해 MBC까지 제보가 들어갔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은 해당 문건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전후로 국민의힘 측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KBS 장악 아이디어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MBC 문건이 '장악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문건은 더 나아가 KBS 공중분해의 의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권력 핵심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작성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일침했다.
KBS본부는 해당 문건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법적 검토에 착수, 고발 조치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단 입장이다. 문건 전체 원본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법적 대응은 과연 박 사장이 문건 내용을 KBS를 경영하며 실행했느냐에 달렸다.
문건에서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긴급 현안' 1번으로 제시한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국민담화(사과) 준비'가 대표적인 예시다. 박 사장은 실제로 사장 취임 하루 만인 지난해 11월 14일 그동안 KBS 편파보도에 대해 사과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덕수 정민영 변호사는 "문건 내용상 위법하다고 볼 부분이 많다. 이 문건이 실제로 박민 사장이 KBS에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들의 직접 근거가 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문건 내용을 실행한 정황들이 많아서 이 문건이 KBS 의사 결정자들의 방향 지침으로 기능했다는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문건의 실제 기능이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KBS 사측은 문건의 존재를 완강히 부인했다.
사측은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보도된 이른바 '대외비 문건'은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는 문건"이라고 했다.
이어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한 MBC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정정보도 신청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며 "아울러 다른 언론사들도 허위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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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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