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장악에 시나리오 있었나···‘KBS 대외비 문건’ 나왔다
KBS 사측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

KBS가 ‘우파’ 임원 등용, 단체협약 무력화 등의 내용이 담긴 ‘KBS 대외비 문건’에 따라 박민 KBS 사장 취임 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 문건에 따라 KBS를 망가뜨리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 온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며 “수신료 현황과 김의철 전 KBS 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결과가 적힌 것을 봤을 때 작성에 한 달 이상 걸리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했다. 김 전 KBS 사장은 지난해 9월 해임됐고,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13일 취임했다.
KBS본부가 공개한 대외비 문건엔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현안’으로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 사장은 취임 하루 뒤인 지난해 11월14일 “KBS가 잘못한 점을 사과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건은 ‘취임 즉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을 해야 하며 ‘우파 중심으로’ 인사를 할 것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 취임 당일 본부장·실장·국장급 등 직원 72명의 인사를 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언론이) 사소한 가십성 이슈를 외교 참사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KBS본부는 “인사규정 어디에도 (승진에) 정치 성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하지 않는다”며 “우파라는 특정 정치성향을 우대해 간부진을 임명한 것은 인사 규정, 방송법과 공사 정관 위반”이라고 했다.
문건엔 ‘이번 단체교섭은 주요 실·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비롯한 독소조항들을 과감하게 폐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된다’며 ‘임명동의 대상인 보도국장 등 5명은 사장 의지대로 임명하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발령을 강행’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1월26일 박 사장은 임명동의 대상인 통합뉴스룸국·시사제작국장 등 5개 부서 국장에 대해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를 냈다.
윤성구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처장은 “사측이 전달한 단체협약안은 임명동의제, 본부장·총국장 중간평가제 등을 모두 폐지하고 노조 활동을 축소하는 내용이었다”며 “받아들이지 못할 안을 왜 줬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문건을 보고 사측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고 했다. 현행 KBS 단체협약은 지난달 4일자로 만료됐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박 사장 취임 후 KBS본부 조합원 중 보직 간부가 된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조합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기대하기 힘든 결과”라며 “(문건은) 무(無)단협도 감수해 KBS본부를 단절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이나 합리적 토론은 모두 생략된 대외비 문건으로 특정 정파의 이익을 KBS 내부에 폭력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문건엔 내밀한 정보와 구체적인 수치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작성됐다기보다는 내부 결탁 세력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고발이나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KBS 측은 “문건 출처를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한 MBC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정정보도 신청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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