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로봇 개 “작동 불능”…범죄 용의자 경찰 대신 쫓아

곽노필 기자 2024. 4. 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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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범죄 현장에 출동한 로봇 개가 무장 용의자가 쏜 총탄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3발의 총탄을 맞은 로봇 개는 작동 불능 상태가 됐고, 용의자는 경찰에 투항했다.

경찰은 "용의자는 로봇 개가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로봇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경찰은 "이번 사건은 무장 용의자의 대치 상황에서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로봇 개)의 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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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미 매사추세츠서…경찰 “로봇, 인명 피해 막아”
로봇 개, 원격감시·살상용으로 악용될 우려도
범행 현장에 출동해 무장 용의자의 총탄을 맞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로봇 개 상단에 총탄을 맞은 흔적이 보인다. 매사추세츠 경찰 페이스북

미국에서 범죄 현장에 출동한 로봇 개가 무장 용의자가 쏜 총탄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3발의 총탄을 맞은 로봇 개는 작동 불능 상태가 됐고, 용의자는 경찰에 투항했다. 로봇 개가 경찰관의 안전을 지키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한몫을 한 셈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경찰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3월6일 반스터블의 한 주택가에 폭발물처리반 경찰관 3명과 함께 출동한 로봇 개의 활약상을 전했다. ‘로스코’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 로봇 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4족보행 로봇 개 ‘스폿’이다.

로스코는 이날 경찰특공대팀이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용의자와 대치 중인 상황에서 폭발 해체용 로봇 ‘팩봇510’(PackBot 510) 2대와 함께 투입됐다. 로스코의 임무는 용의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경찰관의 원격 조종에 따라 로스코는 우선 용의자가 있는 주택의 1층과 2층을 수색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어 지하실로 내려가 작은방을 수색한 뒤 또 다른 방문을 열려는 순간 소총으로 무장한 남성 용의자와 마주쳤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로봇 개를 넘어뜨린 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용의자는 로봇 개가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로스코가 (다시 일어나) 계단에서 뒤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깜짝 놀라면서 다시 로봇을 넘어뜨린 뒤 로스코 쪽을 향해 소총을 들었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로봇과의 통신이 끊겨 이후 진행 상황은 알 수 없었다. 경찰은 “나중에 로스코가 용의자가 쏜 총에 3발을 맞고 작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스코만이 총격을 받은 건 아니다. 용의자는 팩봇 510을 향해서도 총을 쐈지만 빗나갔다. 경찰은 결국 용의자가 있는 집에 최루탄을 쏘아, 용의자의 투항을 이끌어냈다.

문을 여는 시범을 보이고 있는 로봇 개 스폿. 유튜브 갈무리

로봇 개가 총 맞은 건 처음…연구용으로 보관

경찰은 로스코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보내 박힌 총알을 제거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스코를 연구용으로 보관하고 경찰에는 다른 로봇 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로봇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경찰은 “이번 사건은 무장 용의자의 대치 상황에서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로봇 개)의 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용의자가 있는 곳에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매우 중요한 공간을 확보하고 상황을 파악했을 뿐 아니라 경찰관과 경찰견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 총격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스폿 로봇이 총에 맞은 것은 처음”이라며 “스폿과 같은 모바일 로봇이 어떻게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찰 당국은 로봇 개가 살상용이나 원격감시용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인명 피해를 줄이는 긍정적 기능이 있음을 강조하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매사추세츠 경찰은 시민사회의 반발 속에 2019년 미국 주경찰 당국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 개 스폿을 임대 형식으로 받아 폭발물처리반에 배치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로봇개는 폭발물처리반에 배치된 2대의 로봇 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로봇 개의 경찰 배치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주에서도 로봇 개의 경찰 배치는 큰 논란거리였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2022년 위급한 상황에서 폭발물을 장착한 로봇을 배치하려 했으나 반발 여론에 밀려 취소했다. 뉴욕 경찰도 2021년 시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로봇 개 도입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2023년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로봇개 스폿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이 결정을 번복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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