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AI신약' 넘보는 IT공룡… K-바이오 처질라

홍효진 기자 2024. 4. 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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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인공지능)신약 시장 규모 전망.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IT(정보기술) 공룡' 구글과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신약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자사 AI 기술력을 활용한 바이오 플랫폼 모델을 구축, 로슈·암젠·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협업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JW중외제약 등이 자체개발 플랫폼으로 AI신약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IT업계와 경쟁력 차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대형 IT기업) AI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해 빅파마와 협업,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전략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특히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 생성형 AI모델 '바이오네모'(BioNeMo)로 시장 주도에 나섰다.

바이오네모는 DNA 서열분석 및 단백질 구조예측 등을 목적으로 설계됐는데 이미 로슈 자회사 제넨텍, 암젠, 아스텔라스 등 제약·바이오사를 비롯해 AI신약 개발사 총 100여곳이 바이오네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벳(구글) 자회사 아이소모픽랩스도 일라이릴리·노바티스와 신약물질 개발계약을 하고 단백질 구조예측 플랫폼 '알파폴드(AlphaFold)2'를 통해 협업 중이다.

빅테크가 앞다퉈 바이오산업에 뛰어들면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향한 관심도 높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곳은 JW중외제약이다. JW중외제약은 2010년 초반 일종의 '발암신호'인 윈트(Wnt)와 스탯(STAT) 시그널에 특화한 데이터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각각 구축했다. 윈트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과 스탯3 표적 항암제 'JW2286'은 올해 임상개시가 목표다.

일반적으로 AI신약 개발은 기초연구인 R단계(Research)에서 D단계(Development)에 올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주로 쓰인다. R단계는 질환·신규 타깃단백질 및 바이오마커 등을 설정하고 유효물질 발굴 등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세포 및 동물실험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선 그간 축적된 유전체, 약물 활성자료, 세포·조직뱅크, 화합물 라이브러리 등 자체 데이터와 연구노하우, 실험동물모델 등이 꼭 필요하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AI가 R단계에서 시간·비용절감 등 도움은 되지만 실제 실험을 통한 데이터 검증능력과 결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JW중외제약 플랫폼은 AI와 실험모델 플랫폼이 결합한 모델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고도의 기술력이 밀집된 IT기업과 플랫폼 기술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엔비디아 등도 글로벌 제약·바이오텍과 협업으로 플랫폼 예측 성능을 높이는 만큼 국내 기업도 전문화한 플랫폼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JW중외제약도 자회사 C&C신약연구소를 통해 미국 AI신약 개발사 크리스털파이와 양자물리학 기반 AI신약 개발 플랫폼 및 자동화 로봇시스템 관련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 AI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데이터양과 환자 데이터 접근성 등 인프라에서 (해외 기업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술력 차이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자체 플랫폼이 있어도 전문화하고 해당 분야에 특화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과 플랫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세계적으로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플랫폼은 아직 성능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AI 기반 연구영역은 국내 우수한 인력과 병원·학계·산업계 등 인프라 측면에서 수준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앞서갈 수 있다. 해외에서도 AI만으로는 연구 고도·효율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실험영역과 결합한 플랫폼으로 '엔드투엔드'(End-to-End·전과정 원스톱화) 연구가 가능하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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