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93번’ vs ‘범죄 322번’…이재명·한동훈의 프레임 전쟁
“국민이 주인” 강조…한동훈 언급 0번
한, 범죄·조국·이재명 순 언급 많아
야당 대표 싸잡아 ‘범죄 척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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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 ‘주인’, ‘심판’, ‘윤석열’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범죄’, ‘조국’, ‘이재명’, ‘심판’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세운 이 대표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내건 한 위원장의 전략이 어휘 선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한겨레가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공개회의와 기자회견, 지원유세 발언을 분석해보니, 이 대표는 ‘경제’란 단어를 293차례로 가장 많이 입에 올렸다. 이어 ‘주인’이 290차례에 이른다. 예컨대 이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 이천 유세에서 “심판의 날에 우리 국민들께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점을 증명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그 뒤는 ‘심판’ 219차례, ‘윤석열’ 136차례 순이었다. ‘민생’과 ‘물가’도 각각 96차례, 53차례 거론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간판 구호로 내걸었는데, 실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고물가와 경제 정책 실패, 민생난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도 31번이나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의 심판 대상은 윤석열 정권이다. 그 수하에 있는 한 위원장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소모적 정쟁만 부를 뿐”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범죄’라는 단어를 322차례나 입에 올리며 압도적으로 높은 사용 빈도를 보였다. 이어 ‘조국’(208번)과 ‘이재명’(199번) 등 야당 대표의 이름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대표보다 조국 대표를 더 많이 언급한 것은 이채롭다. 이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치솟으면서, 이 대표와 조 대표를 “범죄 세력”으로 싸잡아 공격하며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총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28일부터 ‘이조 심판’을 간판 구호로 내걸며 범죄 집단 척결론을 부각했다. ‘심판’이라는 단어 역시 105차례 사용했다.
한 위원장은 ‘사기’라는 단어도 49차례나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업체를 변론하며 거액을 받은 것 등을 비판하는 데 주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0일 하루에만 이 대표와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쓰레기’라는 단어를 14차례 언급했다. 그는 31일에도 “김준혁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초등학생·위안부랑 성관계 맺었을 수도 있고, 마약 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쓰레기 같은 말 아니면 뭐냐. 이재명 대표가 형수에게 했던 말, 그것도 쓰레기 같은 말 아니냐”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31일 수도권 유세에 주력했다. 한 위원장은 ‘엎드리기’ 모드를 이어갔다. 그는 경기 용인 처인구에서 한 유세에서 “여러분이 우리 국민의힘과 정부에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저도 인정한다. 저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성남 분당구 유세에서는 “누군가 이번 선거 어차피 저를 보고 (국민의힘을) 찍어봤자 저는 나중에 (당에서) 쫓겨날 거라고 얘기한다”며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총선 이후에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두차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한 위원장이 총선에 참패할 경우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에 떠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며, 이들과의 차별화를 부각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정부 이쪽이 참패할 것 같다며 이제 읍소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며 “정말 악어의 눈물, 이번엔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유세에서도 국민의힘을 언급하며 “이제 뻔한 작전이 남아 있다. 막 큰절하고 읍소 작전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절대로 넘어가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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