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93번’ vs ‘범죄 322번’…이재명·한동훈의 프레임 전쟁

서영지 기자 2024. 4. 1. 0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심판·경제실정 간판 구호로
“국민이 주인” 강조…한동훈 언급 0번
한, 범죄·조국·이재명 순 언급 많아
야당 대표 싸잡아 ‘범죄 척결’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최근 2주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 ‘주인’, ‘심판’, ‘윤석열’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범죄’, ‘조국’, ‘이재명’, ‘심판’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세운 이 대표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내건 한 위원장의 전략이 어휘 선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자신의 출마지(인천 계양을)에 속한 계양구 서운동성당 앞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가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공개회의와 기자회견, 지원유세 발언을 분석해보니, 이 대표는 ‘경제’란 단어를 293차례로 가장 많이 입에 올렸다. 이어 ‘주인’이 290차례에 이른다. 예컨대 이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 이천 유세에서 “심판의 날에 우리 국민들께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점을 증명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그 뒤는 ‘심판’ 219차례, ‘윤석열’ 136차례 순이었다. ‘민생’과 ‘물가’도 각각 96차례, 53차례 거론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간판 구호로 내걸었는데, 실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고물가와 경제 정책 실패, 민생난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도 31번이나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의 심판 대상은 윤석열 정권이다. 그 수하에 있는 한 위원장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소모적 정쟁만 부를 뿐”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경기 하남시 위례 스타필드시티 앞에서 하남시갑 이용 후보, 하남시을 이창근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위원장은 ‘범죄’라는 단어를 322차례나 입에 올리며 압도적으로 높은 사용 빈도를 보였다. 이어 ‘조국’(208번)과 ‘이재명’(199번) 등 야당 대표의 이름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대표보다 조국 대표를 더 많이 언급한 것은 이채롭다. 이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치솟으면서, 이 대표와 조 대표를 “범죄 세력”으로 싸잡아 공격하며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총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28일부터 ‘이조 심판’을 간판 구호로 내걸며 범죄 집단 척결론을 부각했다. ‘심판’이라는 단어 역시 105차례 사용했다.

한 위원장은 ‘사기’라는 단어도 49차례나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배우자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업체를 변론하며 거액을 받은 것 등을 비판하는 데 주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30일 하루에만 이 대표와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쓰레기’라는 단어를 14차례 언급했다. 그는 31일에도 “김준혁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초등학생·위안부랑 성관계 맺었을 수도 있고, 마약 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쓰레기 같은 말 아니면 뭐냐. 이재명 대표가 형수에게 했던 말, 그것도 쓰레기 같은 말 아니냐”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31일 수도권 유세에 주력했다. 한 위원장은 ‘엎드리기’ 모드를 이어갔다. 그는 경기 용인 처인구에서 한 유세에서 “여러분이 우리 국민의힘과 정부에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저도 인정한다. 저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성남 분당구 유세에서는 “누군가 이번 선거 어차피 저를 보고 (국민의힘을) 찍어봤자 저는 나중에 (당에서) 쫓겨날 거라고 얘기한다”며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총선 이후에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두차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한 위원장이 총선에 참패할 경우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에 떠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며, 이들과의 차별화를 부각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정부 이쪽이 참패할 것 같다며 이제 읍소 작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며 “정말 악어의 눈물, 이번엔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유세에서도 국민의힘을 언급하며 “이제 뻔한 작전이 남아 있다. 막 큰절하고 읍소 작전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절대로 넘어가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