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적기능 확대…청년·신혼 주택공급 빨라진다
"입주민 고충을 보듬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 지난 1월3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에 위치한 산청옥산 임대주택단지에서 새해 업무를 개시했다. 이 사장이 이날 공기업의 통상적인 업무 시작인 시무식 대신 지방 임대주택을 찾은 것은 올해 LH의 경영 기조를 '공적기능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LH는 지난달 28일부터 전국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신생아 출산 가구 등 총 4024가구를 대상으로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특히 신생아 가구에 '1순위' 입주자격을 부여한 첫 사례로 빠르면 상반기 내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LH는 공공임대의 한 축인 청년층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광명시에서 청년지원정책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이후 조치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올해 수도권에 청년층 공공임대 5만1000가구 공급계획과 함께 청년특화 공공임대주택(1000가구) 공급계획을 내놨다. 이에 맞춰 LH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기숙사형 청년주택 △청년 전세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리츠(아파트) △자립준비청년 등 각종 주거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전세사기의 후유증이 여전한 만큼 청년을 비롯해 LH 공공임대 전반에 대한 관심이 올들어 크게 높아진 분위기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주택의 품질이 한층 좋아진 것도 인기에 한몫한다.
서울 LH 공공전세에 거주하는 30대 신혼부부 이모씨는 "LH 공공전세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데다 퇴거시 중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한 달 전에 알리면 위약금 없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입주할 때 동이나 호수 등 로열동을 직접 고를 수 있고 마감도 좋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주택공급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9일 앞으로 2년간 비아파트 10만가구를 매입해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는 총 7만6000가구를 공급하는데 올해 △행복주택 7631가구 △청년형 매입임대주택 2970가구 △청년형 전세임대주택 1만500가구 총 2만1101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고 본부장은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되면서 통합공공임대 청년특화주택이 신설된 만큼 역세권 등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면서 "아울러 주거문제가 저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혼·신생아가구, 다자녀가구를 대상으로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출산가구는 소득이나 자산요건을 완화해 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자녀가구의 경우 주택 전용면적을 상향해주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등 주거취약계층과 관련해선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전부터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보증금 없이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며 "쪽방이나 고시원 등 이른바 '비정상거처' 거주자들에겐 올해 1만가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건설경기 회복지원방안'을 내놓았다. LH는 3조원을 투입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실한 민간 건설사들의 땅을 사들여 유동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고 본부장은 이에 대해 "일시적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할 수 있겠으나 건설경기 위축과 주택부족에 따른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상반기 재정집행 비중도 65%까지 확대해 건설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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