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의 숲, 늙었다… ‘제2의 산림녹화’ 서둘러야

2024. 3. 31. 23: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토의 63%가 산인 우리나라는 산림이 울창해 보이지만 늙은 숲이 많아 제 기능을 못 한다.

오래된 나무는 제때 베어내고 후계림을 조성해야 숲의 생태계가 선순환하는데 1970년대 대대적인 녹화사업 이후 사실상 방치해 온 탓이다.

과거 녹화산업이 황폐화됐던 국토를 푸르게 만들었듯, 50년이 지난 지금은 숲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비한 환경자원으로서 질적인 성장을 이뤄야 할 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리된 나무 둘레 49cm… 방치된 나무 33cm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 숲. 나무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한 ‘관리된 숲’(위 사진)에선 나무 둘레가 49cm까지 자란 반면, ‘방치된 숲’(아래 사진)에선 나무 둘레가 33cm에 그쳤다. 춘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토의 63%가 산인 우리나라는 산림이 울창해 보이지만 늙은 숲이 많아 제 기능을 못 한다. 오래된 나무는 제때 베어내고 후계림을 조성해야 숲의 생태계가 선순환하는데 1970년대 대대적인 녹화사업 이후 사실상 방치해 온 탓이다. 그 결과 탄소 흡수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30년생 이상 고령 나무가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또 임도(林道) 등 인프라 개발에도 소홀해 국토 내 산림 비율이 세계 평균의 두 배인데도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과하고 목재 수입량이 세계 4위다. 단기간에 산을 푸르게 만드는 녹화에는 성공했지만 산림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림(造林)에는 실패한 것이다.

도시화율이 80%가 넘고,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서 산은 ‘국토의 허파’나 다름없다. 숲이 늙어 탄소 저감 효과가 떨어지면 대기 질 악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의무가 강화돼 목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산림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한다면 국가 경제에도 큰 손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각종 재난을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이 일상화된 요즘엔 숲이 시들해지면 이 같은 위기를 완충해줄 보호막도 얇아진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숲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매스 등 목재를 활용한 미래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숲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국토 중 산림 비율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이미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명품 숲’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였고, 대기업들과도 제휴해 숲에 원격 근무시설을 조성하는 등 유인책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산림청 역시 숲의 활용도를 높이면 현재 161조 원인 산림 업계 매출이 2030년 206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개발도상국 중 최단 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모델로 꼽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과거 녹화산업이 황폐화됐던 국토를 푸르게 만들었듯, 50년이 지난 지금은 숲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비한 환경자원으로서 질적인 성장을 이뤄야 할 때다. 그래야 제2의 산림녹화 성공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다.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