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33개월 여아, 무리하게 원거리 전원할 상태 아니었다” [오늘의 정책 이슈]
정부가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생후 33개월 여아 사망 사건에 대해 조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여아는 원거리 이송할 상태가 아니었다”는 응급의학회 견해가 제기됐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했어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DOA·death on arrival)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이경원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31일 “먼저 33개월 꽃같이 예쁜 소아의 사망에 참으로 마음 아파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6시 30분 도랑에 빠진 소아 발견, 16시 40분 119구급대의 현장 평가를 통해 심정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언제 도랑에 빠졌는지 알 수 없는, 즉 목격자 없는 심정지이며, 익수에 의한 심정지, 즉 호흡부전에 의한 심정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 시행 후, 의식이나 호흡 없이 맥박만 돌아왔지만, 즉 ‘자발순환회복’(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ROSC)이 되었지만, 심혈관계 불안정으로 인해 다시 심정지가 발생하는 것은 임상에서 매우 흔히 겪는 일”이라며 “그래서 심정지 환자에서 몇 번이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후 계속 혈압과 맥박이 유지된다면 그리고 해당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계속 진료하기 어렵다면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자발순환회복 이후 혈압과 맥박이 계속 불안정하다면 곧 다시 심정지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며, 이 환아 사례에서도 자발순환회복이 채 1시간을 유지하지 못했고, 19시 01분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추가로 39분 더 시행하고도 자발순환회복도 없고 심전도상 무수축이 지속되므로 19시 40분 사망 선언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이 환아를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하였더라도 이송 도중에 심정지 발생하여 수용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DOA, death on arrival)했을 것”이라며 “즉 병원간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간 전원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하는 것이지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 도중에 즉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또는 심폐소생술 후 자발순환회복되었지만 심혈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전원을 보낸다는 것은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며 전원의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역의 병원으로서는 익수 심정지 환아에 대하여 통상보다 긴 시간 심폐소생술을 하여, 채 1시간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자발순환회복을 이룬 것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후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환아 상태는 아니었던 것은 명확하다”고 결론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이 교수 견해를 전달하며 “당초 학회에서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유족 또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입장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관련 팩트 및 학회 판단에 대해서는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견해를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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