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손흥민과 오타니의 ‘영웅본색’
그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을 보이며 더 큰 칭송의 대상이 되어왔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으로 활동하며 팀에 대한 헌신과 주변 선수들에 대한 배려로 더욱 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한국이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손흥민은 태국 관중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런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선한 영향력은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손흥민과 오타니가 국경을 넘어 커다란 응원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두 선수 모두 뛰어난 기량과 함께 이 시대 모범이 되는 훌륭한 인간적 덕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손흥민과 오타니처럼 스포츠 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면서도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온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칭호가 ‘스포츠 영웅’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체육회가 선수로서 출중했고 시대의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인 이를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해 기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흔히 스포츠 영웅이라 하면 단순히 기량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땀과 노력의 소중함은 물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해온 선수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스포츠 선수들의 역할 중에서 크게 평가받는 것이 그가 속한 국가 또는 단체에서의 통합적 역할이다. 스포츠 왕국인 미국의 숱한 스타 중에서도 무하마드 알리가 역대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꼽히는 것은 그가 복싱 헤비급 챔피언으로서 현란한 기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그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고 미국의 흑백 통합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포츠에서의 통합적 가치 추구는 오늘날 단순히 국경 내의 통합을 넘어 인류 전체의 통합을 통한 인류애의 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이념화한 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이렇듯 스포츠계는 인류애와 화합을 지향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고양시킬 것을 스포츠 스타들에게 기대해왔는데, 이 역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온 사람들을 롤모델로서의 스포츠 영웅으로 여겼다.
그동안의 모습으로 보았을 때 손흥민과 오타니는 스포츠 영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랬던 손흥민과 오타니는 최근 나란히 힘든 일을 겪었다.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의 몸싸움으로 큰 파장을 겪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그 자신이 팬들에게 이강인을 용서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경기장에서 이강인과의 합작 골을 넣은 뒤 서로 포옹함으로써 어쩌면 그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어렵고도 힘들었을 문제를 화합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 감정을 극복한 그의 모습은 바로 이상적 스포츠 영웅이 지니는 본래 색깔과 성격, 즉 ‘영웅본색(英雄本色)’을 잃지 않은 것이었다.
반면 오타니는 그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을 뿐만 아니라 오타니의 계좌를 통해 거액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곤경에 처해 있다. 야구 최고의 스타이자 인격적 완성체로 여겨졌던 오타니가 어떤 식으로든 불법 도박에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파문은 매우 클 것이다.
스포츠 영웅으로서 오타니가 보여온 선한 영향력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결백이 증명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손흥민과 함께 오타니 역시 영웅본색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어쩌면 이 혼탁한 현실세계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영웅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원홍 스포트라이트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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