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의 공포 “러, 3년내 침공 확률 매우 높아”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3. 3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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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공동 기고문에서 대비 호소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가 27일(현지 시각)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냉전 시대 구(舊)소련의 일부였거나 ‘위성국가’ 신세였던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잇따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구소련의 영광 부활’을 내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의 영구 집권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침략을 피할 수 없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것이다. 이들은 당면한 위협을 세계 여론에 알리려 해외 매체에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주(駐)영국 대사들은 30일 ‘발트 3국은 유럽의 새로운 전선(戰線)’이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일요판(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러시아의 총구가 남쪽(우크라이나)에서 서쪽(동유럽)으로 빠르게 선회(pivot)할 수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우리의 방위와 침략 억지력에 대한 전략적 도전(러시아의 침공)이 3년 내에 닥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이들은 또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비군사적 방법을 이용한 공격)’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며 “폭풍처럼 쏟아지는 가짜 뉴스 속에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 탓에 전쟁이 터졌다’ ‘서방이 평화 협상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국민만 고통받는다’는 등 푸틴의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주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도가 민생(民生)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비난받고, 러시아의 명백한 침략 의도가 희석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3국 대사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1930년대에도 우리는 점증하는 동방(소련)의 위협을 계속 경고했지만, 일부 동맹국은 이를 무시했다”며 “그때도 집단적 방위만이 유럽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었지만, 바로 그게 부족해 큰 대가를 치렀다.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나토에는 더 빠른 의사 결정이, 회원국엔 더 많은 국방 투자가 필요하다”며 “올여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에서 그 명확한 일정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또한 지난 29일 독일 일간 디벨트 인터뷰를 통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전쟁은 더 이상 과거의 개념이 아니라 당장의 현실”이라며 “우리는 지금 ‘전쟁 전(前) 시대(Vorkriegszeit)’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푸틴이 최근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푸틴과 러시아 당국은 이 테러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정당화하고, 서방에 대한 확전 빌미로도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스크 총리는 “(위협이 고조된 현실에 비해) 유럽의 국방력 강화는 아직 멀었다”며 “미국과 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독립적이고 자급자족 가능한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폴란드는 최근 국방력 강화에 대대적 투자를 하면서 20조원어치에 육박하는 한국산 전투기와 탱크, 자주포, 로켓 발사대 등을 구매하고 있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은 각각 1939년과 1940년 소련의 침공을 받아 나라를 빼앗겼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공산 치하에서 탄압과 인권유린을 겪었다. 특히 폴란드는 당시 빼앗긴 영토 상당 부분을 2차 대전 종전 후에도 돌려받지 못했다. 대신 패전국 독일 영토 일부를 할양(割讓)받으며 주권과 민족 자결권을 사실상 무시당했다.

발트 3국 중 에스토니아·라트비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또한 러시아가 친(親)러인 벨라루스만 지나면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벨라루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러시아에 영토를 내줬고, 러시아군은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전차를 몰고 들어갔다. 발트 3국과 폴란드는 모두 나토 가입국이다. “회원국 하나에 대한 공격은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조약 5조(집단 방위)의 보호를 받는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나토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나라는 러시아의 침공을 부추길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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