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칼럼] 우크라이나를 보며 미래전쟁을 생각한다
러시아와 2년여 대등한 전쟁
한반도 평화 구축하기 위해선
종합안보태세 구축 본받아야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 달리 2년 이상의 장기전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처음에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누구나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가진 국제질서상 강대국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가 인정된 핵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군사력이나 국제적 위상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강대국과 대등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로런스 프리드먼 같은 전략연구자는 양국의 전쟁지도체계 차이가 우크라이나의 선전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심의 위계적 지휘체계를 고수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지휘관들에게 중요 임무를 위임하는 유연한 지휘체계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를 사수하면서 국민들에게 직접 전쟁 의지를 고취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를 통해 국제협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우크라이나 선전의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 전쟁이 어떠한 모습으로 귀결될 것인가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우크라이나의 방어전쟁 수행방식은 미래전쟁을 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국내외 미래전쟁 연구자들은 인공지능(AI) 같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첨단전력 확보가 미래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례는 첨단전력 이외에도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하이로 믹스(high-low mix) 군사력 운용과 외교 및 경제를 망라한 종합적 국가안보태세 구축이 여전히 긴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대해 국가핵심시설이나 지휘체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생존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시정찰수단을 통한 정보획득, 미사일방어체계나 국가기간시설 방어망 구축을 통한 지휘통제체계의 안전 확보가 불가결하다. 둘째, 동맹의 군사력을 포함한 우리의 반격능력이 상대국가의 선제공격능력을 압도하는 태세에 있음을 현시함으로써 상대를 억제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나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가들을 포함한 중요 우방국들과의 안보협력은 그러한 차원에서 중요한 안보수단이다. 셋째, 정치인과 군인들을 포함한 국가지도층이 평시에도 국가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전략적 대응방책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갈파하였다.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 한다면 오히려 미래전쟁의 양상을 예상하고 그에 대응하는 군사 및 비군사분야를 망라한 종합적 안보태세를 건설하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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