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스타디움서 다인원 스펙터클 진가…근두운 타고 분신술 쓰고
대형 무빙 스테이지·드론 등 화려한 규모 자랑
양일간 5만6000명 운집…도시형 플레이파크 '세븐틴 더 시티' 동시 진행
4월29일 베스트 앨범 발매 예고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마치 열세 개의 근두운(筋斗雲)이 하늘을 나는 듯한 풍경.
대세 그룹 '세븐틴'(SVT)은 시작부터 스타디움 공연장에 어울리는 스펙터클로 시선을 확 끌었다. 공중에 떠 있는 열세 개의 리프트를 각각 탄 세븐틴 멤버들은 구름 위에 서 있는 듯했다.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에서 근두운을 타고 여의봉을 사용하며 분신술에 능한 손오공, K팝 업계에서 그 손오공은 세븐틴이다.
세븐틴이 31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앙코르 투어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인천(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에서 마치 분신술을 쓴 것처럼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열세 명의 다인원 그룹의 진가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같은 스타디움에서 발휘됐다. 동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건 물론 넓은 공간 구석구석 멤버들을 배치해 곳곳에 있는 팬덤 '캐럿'과 대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장엔 2만8000명이 운집했다. 조슈아는 "이렇게 큰 공연장을 오늘도 채워주신 캐럿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화끈한 라이브 밴드의 화력까지 지원사격이 된 이번 공연에서 세븐틴은 '퍼포먼스 K팝 그룹'의 명성을 확인했다. 특히 에스쿱스는 작년 8월 무릎 부위 부상으로, 정한은 같은 해 12월 발목 부위 부상으로 수술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다 이번 공연으로 복귀했다. 드디어 13인의 완전체 무대가 된 셈이다.
'울고 싶지 않아' '퍽 마이 라이프' 등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가운데 무대 활용이 돋보였다. 플로어석 양쪽 끝엔 대형 무빙 스테이지가 설치됐다. 덕분에 메인 무대, 플로어석과 2층 객석 사이에 설치된 일(一)자형 중앙 무대를 유연하게 오가며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각 유닛팀이 매력을 뽐냈다. 보컬팀인 정한·조슈아·우지·도겸·승관은 감미로운 화음을 맞춰 '바람개비' '먼지' '하품' 등을 불렀다. 퍼포먼스팀인 준·호시·디에잇·디노는 '아이 돈트 언더스탠드 벗 아이 러브 유(I Don't Understand But I Luv U)'를 선보일 때, 일자 무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힙합팀인 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이 선보인 '파이어' 무대에선 서쪽으로 넘어간 태양을 대신해 불기둥 효과가 솟구쳤다.
'홈런'을 시작으로 '레프트 & 라이트', '뷰티풀', '음악의 신'까지 놀이공원 축제 같은 무대가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1960~70년대 브로드웨이 쇼 풍의 분위기와 함께 세븐틴의 '쇼 스토퍼(show stopper)'적 유쾌한 기운이 마음껏 묻어났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 때마침 '에이프릴 샤워' 무대가 마련됐고, 하늘에선 드론쇼가 펼쳐졌다. 드론들은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그건 세븐틴', '내 삶에 색을 입혀준 세븐틴 고마워요' 같은 글귀를 만들었다. 캐럿을 상징하는 큰 다이아몬드 형상이 만들어졌을 때, 객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겨우'를 부를 땐 하늘에서 '드론 은하수'가 만들어졌는데 멤버들 대형 역시 일자 무대에 확 펼쳐져 유기성도 가졌다. 민규는 드론쇼 이후 "세븐틴과 캐럿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번 '팔로우' 앙코르에서 추가된 '애니원' '굿 투 미' 무대에서 멤버들은 섹시한 매력으로 넘쳤다. 특히 '굿 투 미'는 고난도 퍼포먼스를 동반하는데, 정한은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무대"라고 했다.
앙코르 전 본 공연의 마지막곡인 '핫(HOT)'이 이날 콘서트의 봉우리였다. 역동적인 사운드와 안무를 뒷받침하는 대형 스크린 속 붉은 영상과 화려한 불기둥 그리고 불꽃놀이까지 화룡점정의 연속이었다. 하이브(HYBE) 레이블이자 세븐틴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투어스(TWS)'가 직속 선배들의 활약을 객석에서 지켜봤다.
데뷔 이후 초창기 '다인원 그룹'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기도 했던 세븐틴은 다인원을 기반으로 삼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현재 K팝을 대표하는 한 팀이 됐다. 열세 명은 너무 많아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보컬, 퍼포먼스, 힙합 등 서로 다른 능력과 강점을 가진 멤버들이 서로 배우고 유쾌하게 어우러지면서 '팀 세븐틴' 색깔이 나왔는데, 콘서트는 그걸 물리적으로 구현한 자리였다.
지난해 7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세븐틴 투어 '팔로우''를 열면서 그런 장점을 더 튼튼하게 다졌다. 서울, 도쿄, 사이타마,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방콕, 불라칸(필리핀), 마카오 등 총 9개 도시를 찾아 20회 공연을 갖고 70만 명 이상의 팬들을 만났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시작된 이번 앙코르 투어로 자신들의 명성을 재확인하고 위상을 높인다. 세븐틴은 K팝 그룹으로는 처음, 솔로 가수 포함하면 싸이에 이어 두 번째로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공연했는데 전날과 이날 총 5만6000명이 운집하며 관객 동원력을 확인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인접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아시아드주경기장역, 서구청역 주변엔 캐럿들이 몰리면서 상권도 활성화됐다. 세븐틴의 노래를 하루종일 틀어놓는 가게도 꽤 많았다. 세븐틴의 두 상징색인 로즈쿼츠, 세레니티 빛깔의 옷을 입고 다니는 캐럿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 맞춰 하이브는 인천과 서울에서 세븐틴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 인천/서울(SEVENTEEN 'FOLLOW' THE CITY INCHEON/SEOUL)'을 펼치고 있다. 전날 아라김포여객터미널 인접 한강 위 김포 현대 크루즈에서 펼쳐진 '세븐틴 '팔로우' 크루즈 파티'는 전야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
내달 12일까지 예정된 '세븐틴 더 시티'는 신세계 강남점 팝업스토어, 더서울라이티움 사진전, 성수동 라운지 등 구성됐다. 인천의 대표 랜드마크인 영종대교에서는 4월3일까지 매일 저녁 경관조명 전체를 세븐틴 상징색 중 하나인 로즈쿼츠 빛으로 물들이는 라이트업 행사가 펼쳐진다. 또한, 4월2일까지 공항철도(인천국제공항⟷서울역) 일부 차량 내외부가 세븐틴의 초상으로 꾸며진다.
세븐틴은 내달 29일 발매하는 베스트 앨범 '세븐틴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를 포함 올해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도 이날 전했다.
세븐틴은 이번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의 초대형 스타디움에서 '팔로우' 앙코르 투어를 돈다. 베스트 앨범 발매 직전인 4월 27~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리고 5월 18~19일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5월 25~26일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까지 총 4개 도시에서 8회 진행된다. 특히 닛산 스타디움은 7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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