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 김태영 “외면받아온 간토대학살, 부채의식 컸다”
불편한 몸으로 일본 오가며 촬영
‘1923 간토대학살’ 6월12일 개봉
“이 작품은 반일 영화가 아니라
100년간 감춰진 진실 추적한 다큐”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의 인디컴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영 감독은 오른팔에 깁스를 한 듯한 자세로 기자를 맞았다. 걸음걸이도 성치 않았다.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몸의 오른쪽이 모두 마비됐다.
김 감독은 장애 3급 판정 후에도 최근 수년간 일본을 오갔다. ‘간토대학살’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1923년 9월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간토(關東) 지방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 ‘조선인들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9월2일 계엄령이 내려졌고 일본군과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당시 독립신문은 666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니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역사 다큐 제작을 고민하던 중 간토대학살을 제대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부채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기록으로 남은 한 장의 사진이 그의 부채의식을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근현대사 관련 사진을 수집해온 정성길 계명대 역사·고고학과 객원교수가 간토대지진 당시 요코하마항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김 감독에게 보여줬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을 막대기로 찌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철사가 감긴 시신은 학살된 조선인으로 의심됐다.
일본에서 1960년에 나온 영화 <대학살>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김 감독은 조선인들을 상대로 한 학살을 서늘하게 담아낸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요코하마항에서 찍힌 사진의 미스터리를 풀고 영화 가 담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1년가량 사전 준비 후 2020년 7월 국내 촬영을 시작했다. 2022년 8월부터는 일본 현지를 찾았다. 당초 4차례로 예정했던 현지 방문은 촬영이 진행되며 8차례로 늘어났다. 지난해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은 한·일의 모습을 담는 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오랜 시간 일본 시민사회가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추적해왔다는 점에 감명을 받기도 했다. 양심적인 정치인과 학자도 만났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를 카메라 앞에 세워 의견을 물었고 입헌민주당 소속 스기오 히데야 의원도 만났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자료도 차근차근 모였다.
그 결과물인 다큐멘터리 <1923 간토대학살>은 오는 6월12일 개봉한다. 4월 첫날에는 특별시사회가 예정돼 있다. 개봉에 앞서 5월13일에는 일본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특별시사회가 열린다.
그간 간토대학살을 외면해온 일본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김 감독은 궁금해했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라며 “감사함과 존경심을 느끼게 한 일본의 시민단체 이야기와 새롭게 발굴한 내용으로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글·사진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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