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 가슴에 품고…‘의학교육’ 외길
독재와 맞선 신동엽 시인의 아들
보이지 않는 연좌제 우려 의대로
WHO서 개발도상국 지원 앞장
의사 관련 이슈 적극 의견 개진
의학교육에 매진해온 신좌섭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30일 별세했다. 향년 65세. 신 교수는 이날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주임교수인 신 교수는 1978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신 교수는 원래 정치학이나 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의대를 선택했다. 독재정권에 시로 저항의 목소리를 냈던 시인 아버지를 둔 그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가 작용할 것을 주변에서 우려했다고 한다.
신 교수의 아버지인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을 쓴 현실 참여 시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1993년 문을 연 짚풀생활사박물관의 인병선 초대 관장이고,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했던 농업경제학자 인정식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10년여간 경기 성남에서 노동운동과 야학 활동을 했다. 대학 졸업은 입학 이후 19년 만인 1997년 2월에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로는 2005년 부임했다. 서울대에서는 줄곧 의학교육을 담당해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숙의민주주의하에 소통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일을 하고자 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신 교수는 학부 의학교육에 토론식 수업을 도입했다. 그는 위계가 강한 의료계에 수평적인 문화를 도입하려 ‘의과대학 교수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효과적인 회의법’ 등의 교수 개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교육개발협력센터장 등을 맡아 개발도상국의 의학교육을 지원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2017년에는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를 펴냈다. 시집에는 19세에 갑자기 숨진 자녀와 본인이 10세일 때 숨진 아버지 등 가족의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그는 시 ‘가슴 속’에서 상실감을 표현하며 “잠시/ 내게 왔던/ 순간을/ 곁에 머물며/ 끌어안던/ 흔적을/ 깊이/ 묻는다/ 가슴/ 속”이라고 썼다.
신 교수는 신문 칼럼이나 영상에서 의사와 관련된 각종 사회적 논쟁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그는 2022년 서울대 의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좋은 의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소개한다. 그는 ‘의사는 공공재인가’라는 질문에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을 동등하게 소개한 뒤 “건강과 질병을 다루는 의료는 대표적인 공공재”라며 “국가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전문직 양성에 투자해야 하고 국민은 좋은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참여·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016년 경향신문 칼럼에선 당시 논란이 됐던 ‘남자 의대생의 출산 과정 참여’를 다뤘다. 그는 칼럼에 “의료가 서비스 상품인가 공공재인가, 교육병원에서 환자의 프라이버시는 어느 선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교육병원은 진료·연구·교육 중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등 단순하지 않은 문제들이 개입돼 있다”며 “의사 양성에 필수적인 임상실습 과정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썼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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