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대공무기로 北무인기 격추한다”…하반기 세계 최초 전력화[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3. 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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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20㎾급 레이저대공무기 하반기부터 전방부대 전력화
미국도 레이저 무기 함정등서 시험운용 중…전력화는 안돼
군,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0-Ⅰ’ 하반기 전방부대부터 순차적 배치
한국, 레이저 무기 수준 세계 7위…순항미사일 레이저 요격기술도 개발
북한 드론을 잡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전방부대에 배치될 레이저 대공무기. 레이저 대공무기 전력화를 위한 실전 배치는 세계 최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군 당국은 북한 소형 무인기 대응 체계상 허점을 보완하고 선진국들의 레이저 무기 개발 추세에 부응해 2019년부터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뛰어들어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 전력화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전력화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가 개발한 지상 고정형 블록-Ⅰ 레이저 대공무기가 하반기 전방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블록-Ⅰ은 지난해 4월 ADD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시험평가가 진행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시험평가에서 레이저를 30회 발사해 3㎞밖에 있는 무인기 30대를 모두 맞혀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배치될 레이저 대공무기의 출력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개발 수준 등으로 미뤄 소형 무인기와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20㎾(킬로와트)급으로 추정하고 있다.

드론 잡는 레이저 무기 개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국방부는 연내 배치를 위해 올해 국방예산에 양산 비용 15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오는 2026년 전력화가 완료될 전망이다.

북한이 운용하는 소형 무인기와 드론이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 군은 다양한 대공무기로 대응한다. 20㎜ 벌컨, 30㎜ 차륜형 대공포 등이 기본적으로 동원되고, 중대형 무인기라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이나 ‘천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제대로 운영하는 인공위성이 없어 소형 무인기를 인공위성 대용 등 다양한 용도로 운용하는 북한군은 최근에는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와 외형이 무척 닮은 전략무인정찰기(샛별-4형)와 공격형 무인기(샛별-9형)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지상 고정형 블록-Ⅰ 레이저 대공무기가 하반기 전방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소형 무인기는 고도 2∼3㎞ 상공에서 시속 100여㎞로 비행했다. 이런 무인기를 1발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신궁이나 천궁으로 대응하는 건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요격 자체도 쉽지 않아 군사적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더욱이 인구 밀집 지역 상공에서 포착되는 무인기에 대해서는 낙탄 위험 때문에 대공무기를 함부로 쏠 수도 없다. 2년 전 서울 상공으로 침투한 뒤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를 KA-1 경공격기가 추격했으나 민가 밀집 상공이어서 기관포를 쏘지 못해 놓친 사례가 있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레이저 무기 개발 현황을 조사했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현재 시험 중인 국가는 있지만, 이를 군에 배치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은 레이저 무기를 함정에서 시험 운용을 해왔다"면서 "정식 전력화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은 어느 지역에서든 운용이 가능한 차량형 블록-Ⅱ도 현재 개발 중이다. 방사청은 "레이저 대공무기는 개발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적 기술 개발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4월 1단계로 블록-Ⅰ이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됐고, 이른 시일 내 성능이 향상된 블록-Ⅱ 사업 역시 추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빛의 속도로 발사되는 레이저 무기는 지상레이더에 무인기가 제대로 포착만 된다면 수 킬로미터 거리에서도 정밀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는 1회 발사 비용이 2천원꼴로 저렴하고, 전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운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에 속한다.

영국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 ‘드래건파이어’(DragonFire)는 1회 발사 비용이 13달러(약 1만7천원)가량이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이뤄진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아주 먼 거리에서 동전 정도 크기의 물체까지 정확히 맞출 수 있고, 방공체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레이저 무기 기술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권 수준으로 방사청은 평가했다.

미국은 출력 300㎾급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한 데 이어 2030년대까지 메가와트(㎿)급 출력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도 100㎾급 출력의 레이저 무기로 박격포탄 시험 요격에 성공한 바 있다.

이들 국가보다 뒤늦게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먼저 레이저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한국은 북한의 대형 무인기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대출력 레이저 요격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300㎾급 이상의 출력을 목표로 한다. 300㎾급 레이저 무기체계는 아음속(음속에 약간 못 미치는 속도) 순항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국도 최근에서야 연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요격무기는 실탄 기반 대공무기와 달리 전력공급만 충분하다면 빛의 속도로 다수의 표적을 연속적으로 정확하게 요격할 수 있어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기체계로 꼽힌다.

다만, 악천후 기상에서는 레이저 빔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장비 가동 때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큰 용량의 냉각 장치도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발사에서 요격까지 대략 10초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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