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새 몸평 당했다”…함부로 찍은 영상들 넘쳐나도 손 못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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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이 유튜버들의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
여성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신체를 부각해 편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높은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영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특정 신체부위를 확대해서 찍은 것이 아닌 거리를 지나다니며 촬영한 영상은 불법촬영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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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부각되게 편집해 수익 창출
댓글선 “글래머” 평가하며 조롱도
피해자 늘지만 법망 사각지대
SNS기업 자정노력 등 대안 필요
여성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신체를 부각해 편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높은 조회수로 수익을 내는 영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31일 기준 채널의 구독자수가 9만명이 넘는 한 유튜버는 이태원 밤거리를 촬영했다며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의 썸네일(미리보기) 이미지에는 가슴과 다리를 노출한 4명의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순식간에 “다리 좋다”, “글래머러스한 여자 있다”와 같은 자극적인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165만회에 이른다.
이런 영상들은 마치 길거리를 찍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표적으로 삼는 것은 길을 걷는 젊은 여성들이다.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강남, 압구정, 홍대, 이태원 등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를 노린다. 한 유튜브 채널은 여행 채널을 표방하고 있지만 노출이 있는 불특정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었다.
자신이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여성들이 영상에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 댓글에서는 되레 “비싸게 군다”, “유독 민감하다”고 조롱하기도 한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가 등장하는 영상이다보니 피해자들은 자신이 영상에 등장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접했다는 김 모씨(23)는 “불법촬영물과 초상권에 대한 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신체와 얼굴을 적나라하게 촬영해 올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비슷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채널들이 많고, 영상 조회수도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시민 이 모씨(25)는 “강남에 자주 놀러가는데, 모르는 새 어떤 사람의 카메라에 찍혀 유튜브에 박제되고 조리돌림당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런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국적 닐 엔더슨(22)은 “영상 해시태그에 #SEOUL #KOREA가 적혀있어 검색할 수 있었다”며 “썸네일부터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춘 영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동의를 받지 않고 올린 영상 같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법망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특정 신체부위를 확대해서 찍은 것이 아닌 거리를 지나다니며 촬영한 영상은 불법촬영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을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눈높이에서 통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것은 수치심을 일으키지 않는 영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영상의 성희롱성 댓글은 성폭력처벌법 13조의 통신매체음란죄에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SNS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자정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길거리를 산책하는 계정인 척 하지만 썸네일은 죄다 여성 뿐인 교묘한 불법촬영 채널을 신고한다” 며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바뀌지 않았고 영상들은 최근까지 꾸준히 올라오는 실정이다.
해외 기업들은 수사 협조요청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아 실제 수사로 이어지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민 변호사는 “해외 기업은 각자의 내규에 따라 수사기관의 협조에 요청에 응해줄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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