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LA까지 5시간 주파? 초음속 여객기 ‘부활 신호탄’

이정호 기자 2024. 3. 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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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중형 여객기 시험 운항
미 기업 시제기 첫 비행 성공
현재 여객기들보다 2배 빠르고
‘은퇴’한 콩코드보다 소음 덜해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상공을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초음속 시제기 ‘XB-1’이 비행하고 있다. 붐 슈퍼소닉 제공

2003년 ‘콩코드’ 은퇴 이후 사라졌던 초음속 여객기가 부활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소리보다 빨리 나는 중형 여객기를 제작하기 위한 시제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80명이 타는 초음속 중형 여객기의 목표 비행 시점은 2026년이다.

최근 과학기술매체 뉴아틀라스 등은 미국 민간기업 붐 슈퍼소닉이 개발한 초음속 시제기 ‘XB-1’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상공에서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XB-1은 길이 19m, 날개 폭 6m짜리 기체다. 제트엔진 3개가 달렸고, 조종사 1명이 탄다. 이날 시험비행에서는 고도 2170m까지 상승했고, 최고 시속 440㎞를 달성했다.

첫 비행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초음속 비행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후 비행에서는 속도를 높여 음속(시속 1220㎞)을 돌파할 계획이다.

붐 슈퍼소닉은 안정적인 이착륙과 초음속 순항 비행이 모두 가능한 최적화된 동체 모양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XB-1 동체 설계도를 그려냈다. 또 동체 대부분을 가벼우면서 견고한 탄소 섬유 복합재로 제작했다. 전방에서 빨려 들어오는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 초음속을 뿜어낼 수 있는 엔진 흡입구도 만들었다.

붐 슈퍼소닉이 XB-1을 개발한 이유는 ‘오버추어’라는 이름의 덩치 큰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64~8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7(시속 2080㎞)로 비행하는 것이 목표인 중형 여객기다.

현재 상용화된 여객기들은 대개 마하 0.8~0.9(시속 980~1100㎞)로 운항한다. 오버추어가 약 2배 빠르다. 오버추어를 타면 현재 10시간쯤 걸리는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비행시간을 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버추어의 첫 시험비행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오버추어는 신기술을 동원해 초음속 비행 때 생기는 폭음, 즉 ‘소닉붐’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거리의 소음 수준인 85데시벨(dB)로 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운항하다가 폭발 사고와 운영 비용 과다로 인해 2003년 퇴역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소음은 110dB에 달했다. 전기톱을 돌리는 소음이다.

붐 슈퍼소닉은 공식 자료를 통해 “콩코드가 은퇴한 지 20년이 지났다”며 “XB-1이 초음속 여행의 부활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현재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X-59’라는 시제기를 제작했고, 올해 안에 첫 시험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향후 지구촌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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