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왔지만' 첩첩산중의 롯데, 타선은 터졌는데…믿었던 에이스의 6사사구+불펜 난조까지, 돌파구가 안 보인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 아닐까. 타선과 마운드가 모두 힘을 내지 못하던 중 타선이 분전하자,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또다시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3차전 '낙동강 더비' 홈 맞대결에서 5시간 7분의 혈투 끝에 7-8로 무릎을 꿇었다. 세 시리즈 연속 루징시리즈.
롯데는 지난해 겨울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유강남(4년 총액 80억원)을 시작으로 노진혁(4년 총액 50억원), 한현희(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윈 나우'를 외쳤다. 그동안 선수단 몸집을 줄이고, 유망주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던 기조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4~5월 돌풍을 일으켰으나, 끝은 초라했다.
또 같은 결과를 되풀이한 롯데는 다시 한번 변화를 가져갔다. 지난해 시즌 중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사령탑 자리에 KBO리그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은 '명장'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 선수들은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단 내에서는 '할 수 있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모든 선수들이 철저하게 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운 행보가 반복되고 있다. 롯데는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개막 시리즈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고, 이어진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까지 단 1승도 손에 넣지 못했다. 지난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에서 NC를 3-1로 꺾으면서 5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30일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서 NC에 0-8로 패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게 됐다.
물론 정규시즌을 앞두고 외야의 한자리를 맡아줄 예정이었던 김민석과 지난해 겨울 '강정호 스쿨'에도 다녀올 정도로 열심히 시즌을 준비한 한동희가 내복사근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하는 예상치 못한 악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마운드는 지난해 시즌 초반을 연상캐 만들듯 선발진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타선은 31일 경기 전을 기준으로 팀 타율이 0.228(10위)에 머무를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을 사령탑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롯데는 30일 분위기를 바꿀만한 선택을 가져갔다. 바로 트레이드였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군필 사이드암 '파이어볼로' 우강훈이라는 걸출한 유망주를 내주는 대가로 LG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손호영을 영입했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는 우강훈이라는 투수의 소중함이 더 클 수 있지만, 내야에 우타자 자원이 부족하고, 장타를 생산할 만한 선수도 없었던 탓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선수단에도 변화를 줬다.
롯데는 31일 경기에 앞서 지난해 겨울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베테랑 김민성과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번으로 지명한 나승엽을 1군에서 말소한 것. 이들 모두 시즌 초반부터 기회를 받았지만, 부진을 거듭한 끝에 1군 엔트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1군에서 말소될 정도는 아니지만, 좀처럼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던 노진혁과 박승욱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롯데는 '에이스' 찰리 반즈를 앞세워 위닝시리즈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날도 롯데는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다.
믿었던 반즈의 투구는 최악에 가까웠다. 반즈는 1회 볼넷과 안타를 각각 한 개씩 허용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더니, 2회 제대로 무너졌다. 반즈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성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서호철에게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이후 ABS의 도움(?) 속에서 김형준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김주원에게 3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맞아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서 반즈는 박민우에게 밀어내기 볼넷, 권희동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실점을 기록했다.
반즈는 3점을 헌납한 뒤에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3회 다시 한번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4회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안타를 맞는 등 2사 3루에서 손아섭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결국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게다가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상수 또한 빗맞은 타구들이 모조리 내야 안타로 연결되는 불운 속에서 실점을 기록하게 됐고, 승계주자가 홈을 밟음에 따라 반즈의 실점은 5점까지 치솟게 됐다.
마운드가 무너진 가운데 경기 중반까지 타선도 침묵을 거듭했다. 롯데는 1회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지만, 2회 선두타자 전준우가 첫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후속타는 없었다. 그리고 3회 또한 이학주의 안타에도 불구하고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4회 다시 한번 삼자범퇴로 묶였다. 게다가 5회에는 최항과 이학주의 안타로 처음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거듭된 답답한 흐름 속에서 김태형 감독은 3회말 선두타자 유강남이 타석에 들어서 있을 때 낮아 보였던 공이 정말 스트라이크가 맞느냐는 항의를 하기도.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였다.
롯데는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빅터 레이예스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통한 내야 안타와 전준우의 연속 안타로 마련된 득점권 찬스에서 정훈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1, 3루에서 손호영과 최항이 모두 삼진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롯데는 7회말 공격부터 조금씩 부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경기 중반에만 무려 7점을 뽑아내며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엔 마운드가 문제였다.
롯데는 5-5로 균형을 맞춘 순간 '필승조' 구승민을 투입했는데 ⅔이닝 동안 2실점(2자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장발클로저' 김원중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가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준용이 연장 11회초 한 점을 내주게 되면서 5시간 7분 동안 펼쳐진 혈투를 펼쳤음에도 미소를 짓지 못하게 됐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개막 이후 세 번 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게 됐다. 심각한 투·타의 엇박자,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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