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빠진 3세 아이, 상급병원 9곳서 거부…끝내 숨져
“소아 중환자실 미운영” 거절
치료 못 받고 3시간 만에 사망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졌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여자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다 숨졌다.
31일 소방당국과 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4시31분쯤 보은군 보은읍 한 주택 옆 도랑에 생후 33개월 된 A양이 빠졌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구조했으나 심정지 상태였고 보은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치료를 받아 오후 6시7분쯤 맥박을 회복했다.
병원 측은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충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날 오후 5시35분부터 오후 6시12분까지 충북을 포함한 충남, 대전, 수원, 화성 등 상급종합병원 9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오후 7시25분쯤 한 대학병원에서 전원에 동의했으나 A양은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져 이송되지 못했다. 결국 오후 7시40분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양의 아버지(49)는 “병원에서 여러 군데 전원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딸아이가 숨이 돌아왔을 때 큰 병원으로만 옮겼어도 희망이 있었을 텐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충북도 의료관리팀 관계자는 “전원 요청을 받은 상급종합병원들은 ‘소아 중환자실 운영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공의 파업 사태로 병원들이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원을 요청받았던 의료기관의 당시 여건 등에 대한 상세 내용과 인근 병원 도착 후 환자의 상태, 전원이 가능할 만큼 생체 징후가 안정적이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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