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신규 원전 건설” 야 “RE100 강화”…탄소 감축 동상이몽

박상영 기자 2024. 3. 31. 2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 공약 뜯어보기 ⑤
우편함 확인 꼭! 4·10 총선을 열흘 앞둔 31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입구 우편함에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이 꽂혀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석탄발전 축소’에도 온도차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기후위기 극복.’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건 에너지 공약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 전력수급 체계를 크게 흔들어야 할 만큼 추구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발전을,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여야 모두 효과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른다.

국민의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공약은 대부분 원전에 치중돼 있다.

우선 신규 원전 건설과 함께 혁신형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방향이 같다.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가량의 ‘미니 원전’인 SMR은 정부가 육성하는 차세대 산업으로, 이미 올해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9배 증액했다. 신규 원전 건설도 정부의 올해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무탄소 에너지 인증 체계를 국제표준화하고, 관련 사업의 투자·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사실상 ‘원전 역할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탄소 에너지는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에만 국한하지 않고, 원전과 청정수소 등도 폭넓게 허용하자는 개념이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함께 지난해 ‘무탄소(CF) 연합’을 발족해 주요국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SMR과 무탄소 에너지 인증 체계 모두 초기 논의 단계에 그쳐 실제 탄소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신규 원전은 ‘부지 마련’이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신규 원전은 건설하더라도 실제 가동까지 15년이 걸린다”며 “SMR도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를 제시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를 목표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RPS)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거나 후퇴한 정책이다. 한국형 FIT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20년간 고정으로 가격 계약을 맺는 제도로, 태양광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 이바지했지만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폐지됐다.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토록 하는 RPS 제도도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며 연도별 목표치를 완화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이들 모두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했던 정책”이라며 “향후 정부가 임의로 폐지하지 못하도록 법안에 관련 내용을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경기 남동부에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에 RE100 전용단지를 조성하는 등 기업들의 RE100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의 발목을 잡는 전력망 확충 문제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탄화력발전 축소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석탄화력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한 반면, 민주당은 석탄발전 가동 중단 시점을 2040년으로 못 박는 등 온도 차이를 보였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