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서 배터리 연구하는 이유?...“전기차 혁신, 배터리에 달려 있다”
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1995년 출범해 올해 29년을 맞는 연구소이지만, 최근 안팎으로 일렁인 변화의 물결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현대차·기아는 기아 EV9이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올해의 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상을 받는 등 전기차 기술로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런 소식에 기쁠 법도 하지만 연구소 분위기는 다소 차분하고 분주했다. 전동화 전환 추세에 맞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창이었다.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앞뒤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인 채, 맨눈으로 현대차·기아 전기차 연구 과정을 지켜봤다.
작년 말 완공된 배터리 분석실을 먼저 찾았다. 배터리 회사처럼 분석실을 지은 이유를 묻자, “친환경차에 적용되는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배터리 회사의 경우 제조 관점에서 완성품인 ‘셀’의 품질 확인을 목적으로 삼는 반면, 현대차 같은 자동차 회사는 실제 차량 특성을 고려해 셀의 특성을 파악하고, 차량에 적용했을 때 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소재에 대한 분석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소재 단위 연구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전기차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분석실 입구, 재료분석팀 정이든 파트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도와 이슬점(공기 중 수증기가 냉각돼 물방울을 맺는 온도) 안내판을 가리켰다. 실내 온도는 영상 20도, 이슬점은 영하 60도로 유지하는 ‘드라이룸’으로 관리된다고 했다.
이곳에 온 배터리는 셀 해체실로 옮겨진다. 화재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방의 모든 면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돼 있고, 자동소화 설비가 구비돼 있었다. 작년 말 이곳이 생긴 덕분에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배터리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개별 연구 조직에서 요청하는 특정 시료들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분석해왔지만, 이제는 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진다고 했다.
편차는 있지만, 배터리 1개 분석에 약 1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해체된 셀은 글로브 박스(밀폐된 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작업하는 장치)에서 시료 절단과 샘플링 작업을 거친다. 수분과 산소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 메인 분석실로 옮겨져, 배터리 구성 소재의 기본적인 재질과 화학 구조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중점을 두면서, 수명을 늘리기 위한 연구에도 쓰인다고 한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역시 자동차 전동화를 향한 의지가 엿보이는 공간이었다. 신차가 양산되기 전까지 수많은 성능 시험을 거쳐, 전기차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1축과 2축, 그리고 4축 동력계 시험실로 분리돼 있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 들어서자, 완성차 형태의 아이오닉 5가 눈에 들어왔다. 배터리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던 1, 2축 시험실과 달리 전기차에 탑재되는 실제 배터리를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그 성능을 비교적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 곳이다. 운전석에는 노란색 몸통에 가느다란 다리가 달린 로봇이 있었다. 로봇이 운전자 역할을 대신해 기어, 액셀,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는 구조다. 시험실 측은 일련의 시험을 통해 에너지 손실, 냉각과 열 관리 등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 나온 데이터는 설계 측면에서 의도된 성능이 제대로 구현되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사용된다.
상용차를 연구하는 상용시스템시험동과 상용환경풍동실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4400여 평으로, 차량 개발과 평가에 필요한 300여 개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 부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부터 소음을 평가하는 무향실까지, 크게 다섯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끝으로 방문한 곳은 상용환경풍동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한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영상 45도에 맞춰져 있었다. 이곳의 실내 온도는 영하 40도부터 영상 60도, 습도는 5%부터 95%까지 조절 가능하다고 한다. 세계 각지의 기후 환경을 고려한 차를 만들기 위함이다.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 수준의 바람을 불게 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개발된 차를 해외에 팔았을 때 현지에서 나오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며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외 기업과 정부 기관이 협업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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