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국 뒤흔드는 ‘롤렉스 게이트’… 현직 대통령, 불법으로 재산 불렸나

김정우 2024. 3.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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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정국이 현직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요동치고 있다.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인 디나 볼루아르테(61)가 롤렉스 시계 불법 취득 의혹에 휩싸이며 취임 1년 3개월 만에 강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된 탓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페루 검찰·경찰은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 예비 조사의 일환으로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자택과 대통령궁 등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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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대통령 자택·대통령궁 등 압수수색
"취득 경위 불분명 고급 시계 최소 14개"
정정 불안 가속화... "탄핵안 발의 가능성"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수도 리마의 한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최근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착용해 온 롤렉스 시계 등의 취득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불법 재산 증식'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리마=로이터 연합뉴스

페루 정국이 현직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요동치고 있다.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인 디나 볼루아르테(61)가 롤렉스 시계 불법 취득 의혹에 휩싸이며 취임 1년 3개월 만에 강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된 탓이다. 2016년부터 부패, 도덕적 무능 등 사유로 대통령 낙마 사태가 잇따른 페루의 정정 불안이 심화할 전망이다.


대통령 자택 문 부수고 강제 진입... "예비 조사 일환"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페루 검찰·경찰은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 예비 조사의 일환으로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자택과 대통령궁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관 20명과 검찰 직원 20명 등은 29일 자정 직전, 수도 리마의 볼루아르테 대통령 자택을 찾았으나 압수수색 영장 집행 협조를 받지 못하자 문을 부순 뒤 강제 진입에 나섰다. 30일 오전에는 대통령궁 내 관저와 집무실 등도 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페루 온라인 매체인 ‘라엔세로나’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이달 14일 “볼루아르테의 부통령 취임(2021년 7월) 이후 공식 촬영 사진 1만여 장을 검토한 결과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고급 시계를 최소 14개나 찼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하나는 1만4,000달러(약 1,887만 원)짜리 롤렉스”라고 전했다. 이후 “다른 롤렉스 시계 3개, 5만 달러(약 6,738만 원) 상당 카르티에 팔찌도 착용했다”거나, “개인 계좌에 출처 불명의 30만 달러(약 4억425만 원)가 입금됐다”는 현지 언론의 추가 보도도 이어졌다.

검경은 결국 지난 18일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불법 재산 증식·자산공개법 위반 혐의 예비 수사에 착수했다. 페루에서 선출 공직자는 2,774달러(약 374만 원) 이상 자산을 정부에 보고해야만 한다. 로이터통신은 “공식 수사 필요성 확인 차원의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다.

30일 페루 수도 리마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 자택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실시 후, 경찰관들이 인근에서 경비 근무를 서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대통령 스스로 상황 악화"... 지지율 9%뿐

문제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뚜렷한 해명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입장은 “반(反)부패는 나의 DNA다. 롤렉스 시계는 18세 때부터 일했던 내 노력의 결실”(15일), “나는 깨끗한 손으로 대통령궁에 들어갔고, 그렇게 떠날 것”(30일)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지난주 검찰에 출석해 소명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수사 검사인 후안 빌레나는 “대통령이 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법치에 대한) 반란의 명백한 징후”라고 쏘아붙였다.

지지 세력의 이반 조짐도 있다. 정부 부처에선 수사를 두고 “위헌적이고 불균형적”(에두아르도 아라나 법무장관), “국가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내무부 공식 성명)라며 대통령을 편들었지만, 우파 지지층 일부는 “볼루아르테 스스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NYT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언론들조차 비판적인데, 이는 지지자들이 인내심을 잃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또 “롤렉스는 중국 여행 때 구입한 모조품일 수 있다”, “지지자한테 받은 선물일 것”이라는 최측근 인사들의 생뚱맞은 변명도 빈축을 사고 있다.

페루 정국 혼란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최근 6년간 대통령 6명을 배출한 나라에서 이번 스캔들이 새로운 정치적 혼란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표결 발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통령 시절이었던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권력을 승계하며 대통령에 오른 볼루아르테는 당초 좌파 정당 ‘자유 페루’ 소속이었으나, 당내 갈등 끝에 제명됐고 지금은 중도 및 우파의 지지로 연명하고 있다. 올해 1월 지지율은 고작 9%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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