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진단] 커지는 총선후 `건설사 위기설`, 정부는 근거 없다는데…

김경렬 2024. 3. 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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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發 폭탄에 건설업 줄도산 우려
하반기 브릿지론 만기 도래 변수도
당국 "관리 가능… 타영역 전이없어"
2022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계기로 불 붙은 건설업계의 '총선 후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월 위기설'을 넘어 '5월 위기설'까지 나온다. 요체는 총선이 끝나면 '미뤄두고, 감춰진' 부실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폭탄이 터지고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총선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외환 위기 시설 동원했던 비상대책도 꺼내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는 여전하고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F 연체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도산이 시작되면 PF에 돈을 댄 금융사도 타격을 입는다.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취약하다.

정부는 "근거 없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정부는 PF부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건설사·금융기관 등이 손실을 흡수할 기초체력을 갖춘 만큼 시스템을 흔들 위기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고금리·경기침체·연체율 건설업계 3중고=금융당국의 '2023년 12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5조3000억원 늘었고, 작년 9월 말에 비해선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PF 규모 증가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은행과 증권사의 잔액만 늘었다. 이미 시공 중인 곳들의 대출을 줄이지 못했고 새로운 대출을 통해 지표 관리에 나섰다.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대출은 급감했다. 이들 업권은 상대적으로 중순위나 후순위 등 불안정한 대출이 많다. 지표 관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PF대출 연체율은 계속 올랐다. 작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은 2.70%다. 1년 전(1.19%)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체율은 증권 13.73%, 저축은행 6.94%, 여신전문사 4.65%, 상호금융 3.12% 등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 절반 이상이 1년 반 째 브릿지론…미분양 37개월래 최대=건설은 착공 전 단계, 공사 단계, 준공 단계 등으로 나뉜다. 이중 PF 시행 초기인 착공 전 단계에서는 고금리의 브릿지론을 사용한다. 이후 착공되면 대형 증권사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 받아 브릿지론을 갚는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런 자금 융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에 기준금리는 작년부터 1년 넘도록 3.5%에 머물러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부동산PF리스크 관련 제2금융업권 영향 점검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브릿지론 만기연장 대신 본 PF 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업계 브릿지론의 56%가 대출을 내준지 1년 반이 지난 사업장이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전환돼야 착공, 분양 등으로 이어지는데, 사업장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사 20곳의 PF 보증(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보충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이다.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미착공 브릿지론이 여전히 문제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건설 업계에서는 부동산 PF 문제가 돌파구를 찾으려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아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체 미분양 주택 수는 한 달 새 1200가구 늘어난 6만3000여 가구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000여가구에 달한다. 미분양 주택은 37개월 만에 최대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만해도 올 하반기가 되면 부동산 경기 다소 회복될 수도 있든 희망 고문이라도 있었다"면서 "현재는 부동산 경기의 회복 시기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법정관리·파산 증가 '경기 불안'…총선 후 확대 전망=건설관련 공제조합에 대한 보증금 청구도 늘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건설업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금 청구 금액은 2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3.1% 늘었다. 보증금 청구액은 2021년 1531억원, 2022년 1912억원 등으로 계속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은 23.1%다.

올해 들어서는 보증금 청구액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상승 폭마저 확대되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자료를 보면 올해 1∼2월 보증금 청구액은 작년 동기 대비 30%대 증가했다.

실제로 파산 선고 받은 건설업체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월 파산에 돌입한 업체는 LNH건설, 하나건설, 이산종합건설 등이다. 전체 파산 사건 접수 건은 2월에만 343건에 달한다.

여기에 부동산 PF 정리마저 녹록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하고 부실은 경·공매를 통해 털어내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꺼번에 쌓이는 매물에 희망 고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정부 "근거없다" 일축…진화 안간힘=위기설에 대해 정부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은 지난 2월 "4월 위기설은 굉장히 큰 오해"라면서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상당 수는 이미 정리되고 있는 중이고, 정리하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위기설은 작년 8월, 9월, 10월까지 계속 나왔다"면서 "솔직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 역시 지난 21일 금융·건설업계 간담회를 통해 "유의미한 정도의 PF 사업장은 금융당국인 관리 중이다. 상반기 내에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만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4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은 최근 잇따라 금융 및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위기설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통해 긴급 처방전을 내놓았다. 과거 금융위기 시절 사용했던 '기업구조정(CR) 리츠'를 10년 만에 부활하고 공공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등 건설업계의 '돈맥경화' 해소에 나섰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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