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F채권매각 비상… `반값떨이`도 유찰
매물 쏟아져 가치만 더 하락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해소를 위해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절반 이하 가격에도 팔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30% 이상으로 뛰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금융권의 부실채권(NPL) 규모와 NPL 매각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부실 사업장이 경·공매에서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재무 상태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찰이 진행된 부동산 기관매각·공매건수(일반경쟁 기준)는 2969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1802건에서 64% 증가했다.
시행사들이 브릿지론 등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신탁사에 개발을 맡겼지만, PF대출 연장이나 상환 실패 등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 곳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경·공매는 대주단이 사업장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대출금 중 일부라도 건지기 위해 진행하는 마지막 절차다. 신탁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까지 고려하면 1분기 경·공매에 넘어간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매가 쏟아지고 있지만 낙찰 건수는 10여건에 그치며 낙찰률이 1%대에 그쳤다. 최저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온 사업장에서도 유찰이 이어졌다. 감정가 4416억원인 서울 서초구 한 토지는 지난 1월 최저가 2053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감정가 350억원 서울 광진구 한 토지도 최저 입찰가가 88억(25%)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유찰됐다.
당국이 부실 PF 사업장을 빠르게 경·공매에 넘기겠다고 방침을 정하면서, 매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시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며 낙찰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건설산업 지원을 위해 일부 사업장을 매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전체 130조원에 달하는 PF 대출 규모를 고려하면 사태 해소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부실 사업장이 더 늘어날 수 있고, 회수 가능 금액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저축은행 등 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 등을 시작으로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마치 경·공매에 넘기면 모든 사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실 사업장 선별이 끝나면 해당 매물들이 한 번에 시장에 나오고 토지의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경·공매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정리 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중앙회가 최저입찰가를 30% 낮추겠다고 했지만 현재 절반 이하 가격에도 팔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나홀로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금융권의 부실채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의 NPL(고정이하여신)은 43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28조1000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특히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 부문은 NPL 규모가 73% 이상 늘어났다.
NPL 매·상각 규모도 2022년 1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24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은행과 비은행권이 각각 전년보다 93.6%, 74.4% 늘렸지만 NPL 증가 규모가 이를 상회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비은행권의 NPL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경·공매에서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남은 것은 수의계약과 NPL 뿐"이라며 "NPL, 수의계약 모두 실제 대출금액의 10%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금융권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올해 은행과 비은행 모두 지난해보다 더 빠르게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특히 토지나 NPL이 낮은 가격에 팔렸을 때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더 큰 후순위 대출 위주로 참여했던 비은행 부문의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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