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6주 이상 지속되면 디스크 아닌 ‘척수 종양’ 의심해야
척수는 척추관 속에 있는 중추신경으로, 뇌와 말초신경을 연결해 감각·운동·자율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척수 안에 종양이 생기는 질환이 ‘척수 종양(spinal cord tumor)’이다. 척수 종양은 암은 아니지만 암처럼 산정 특례를 받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척수 종양 치료 전문가인 김은상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허리 통증이 움직이지도 않는데 6주 이상 지속되면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이 아닌 척수 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척추 전체를 검사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대한최소침습척추학회장을 지내면서 척추 수술 분야 발전을 위해 국내에 첨단 의료기기를 소개하고, 최신 수술 기법을 보급하는 등 국내 최소침습척추수술 발전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척수 종양이란.
“척수 종양은 일반적으로 척수 실질(實質) 내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하지만 척수뿐만 아니라 척추관 속 척수경막·척수신경근·척수신경근 다발(마미·馬尾) 등에 생겨 신경조직을 압박하거나 침범하는 종양을 통틀어 말한다.
척수 종양은 발생 부위에 따라 경막 외(골종양·림프종·골수종·육아종), 경막 내 수외(신경초종·수막종), 수내(상의세포종·성상세포종·혈관모세포종) 등으로 나뉜다.
척수 종양은 척추 중간 부분인 흉추(thoracic vertebra·12개 척추뼈로 구성)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신경초종(神經鞘腫·schwannoma)과 수막종(髓膜腫·meningioma)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 양성이고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조기에 제거하면 신경을 손상하지 않고 완치할 수 있다. ‘신경초’는 신경 가장 바깥층에서 신경섬유를 보호하는 원통 모양 막(슈반 세포)이다. ‘수막’은 뇌와 척수를 덮는 막을 말한다.”
-얼마나 많이 발생하나.
“척수 종양은 다행히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원발성 척수 종양은 연간 10만 명당 2~4명에게서 나타난다. 뇌를 포함한 전체 중추신경계 종양의 10~15%를 차지하므로 뇌종양보다 발생률이 적다.
척수 종양은 40~60대 중·장년층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1~1.5배 더 많이 발생한다. 다만 수막종은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5~4배 더 많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척수 종양과 얼마나 관계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허리 통증은 대부분 6주 이내 가라앉으므로 통증이 이보다 더 지속되면 정밀 검사로 통증 원인을 밝히는 게 좋다.
척수 종양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학물질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다른 부위의 암이 척수에 전이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제2형 신경섬유종증·폰 히펠-린다우병 등 유전성 질환이 있으면 발병률이 올라가므로 이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은 척수 종양에 걸리기 쉽다.”
-허리 디스크 등 일반 척추 질환과 구별하는 방법은 없나.
“척수 종양이 생기면 목·허리 통증이나 팔다리로 뻗치는 통증과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에 추간판탈출증·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척추 질환은 목과 허리를 움직이면 통증이 심해진다. 반면 척수 종양은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밤에 잠자려고 누워 있으면 통증이 더 심해질 때가 많다.
따라서 허리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가만히 있어도 아프거나,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암 환자가 새로운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MRI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팔다리 감각이나 근력이 점점 약해지거나 장이나 방광 기능이 떨어져 배변하기 힘들어지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과 방사선 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원발성 척수 종양은 우선적으로 수술로 제거한다. 수술 후 종양이 불완전하게 제거됐거나 종양이 수를 압박한다면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척수나 신경근을 압박하는 증상은 조기에 수술하면 후유증이 생기지 않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수술 전후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면 척수 압박 부위 부종을 가라앉힐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증상이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수막종·신경초종의 경우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만 척수 압박이 심하거나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척수 괴사가 생겼다면 예후가 좋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운동·감각이 소실되고, 장이나 방광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영구적으로 마비나 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자칫 목숨도 위협할 수 있기에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증상 나타날 때 심해야 하나.
“척수 종양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경막 내 수외 종양은 척수·신경근이 눌리거나 혈관이 막혀 증상이 생긴다. 요통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다른 몸 부위로 통증이 퍼지는 게 특징이다.
척수가 종양에 의해 압박 받으면 통증, 감각 이상 혹은 저하, 근력 위약이나 근육 위축 등이 나타난다. 척수가 점점 압박을 받으면 강직성 마비, 병소 부위 밑 감각 저하 및 반사 항진 등이 생긴다.
척수 압박이 심해 척수가 손상되면 다리 마비나 팔다리 마비도 생길 수 있다. 수내 종양은 아픈 경우는 드물지만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통각과 온도 감각이 없어지지만 촉감은 유지되는 해리성 지각 이상이 유발되고, 배변장애도 심해진다.
수외 종양보다 드물게 나타나지만 근육 위축은 수외 종양보다 흔하다. 경수상부까지 침범됐으면 팔다리가 마비되고, 감각도 떨어진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 참모는 '의대 2000명 증원' 고집한 尹과 왜 결이 달랐나 | 한국일보
- '연애 사과문' 쓴 에스파 카리나, 이재욱과 공개 연애 5주 만에 결별 | 한국일보
- 낮술하고 혀 꼬인 채 생방송한 앵커… "징계 착수" | 한국일보
- 文 "'70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무지·무능·무도" | 한국일보
- 오타니 앞에서도 거침 없는 이정후, 멀티히트로 3할대 재진입 | 한국일보
- 원혁, '이용식 딸' 이수민과 오늘(2일) 결혼 "행복하게 해줄게" | 한국일보
- "세월호 10주기에 전국노래자랑?"… 영광군, 여론 뭇매에 '화들짝' | 한국일보
- '내남결' 송하윤 학폭 의혹.... 소속사 "제보자와 일면식도 없어" | 한국일보
- 황정음, 웹 예능서 오열 "전 남편과 싸운 후 이태원 집 매매" | 한국일보
- 류준열·한소희, '현혹' 동반 출연 결국 무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