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결함과 땜질로 탄생한 자연사

불완전한 존재들
텔모 피에바니 지음/김숲 옮김/북인어박스 펴냄

사래는 음식을 잘못 삼켜 숨구멍 쪽으로 들어갈 때 이를 반사적으로 내뱉으면서 생기는 동작이다. 놀랍게도 인간은 호흡과 음식 섭취를 한 목구멍으로 한다. 진화학자들은 이를 인류의 조상이 물고기였을 때의 아가미의 잔영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진화는 완벽성에 맞춰져 있지 않다. 불완전하다. 심지어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하는 타협의 결과일 때도 있다.

책은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 생물의 진화과정이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결코 어떤 계획이나 완전체를 위한 길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우주의 시작부터 생명체, DNA, 돌연변이의 탄생, 그리고 좌충우돌 인류의 등장까지 '불완전한' 자연사를 들여다본다.인간이 불안전한 진화의 한 단계에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증거들이 말해준다. 일테면 인류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수에 대한 집착이 깊어질수록,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불완전함의 증가와 더불어 필연적인 퇴행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보호 기제들은 번식기를 넘어서면 그 효과를 잃기 시작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노화를 늦추려 할 때 자연의 진화적 흐름에 거역하게 된다. 수명은 연장되겠지만 그럴수록 심리적 신체적 불완전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 오랜 진화의 시간 속에 '완벽한 인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자는 특유의 '불완전함'이 호모 사피엔스를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종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해도 호모 사피엔스는 과감하지만 불완전한 선택을 했다. 단적인 예로, 호모 사피엔스는 커진 두뇌를 지탱하기 위해 두껍고 짧은 목을 선택한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긴 목을 선택했다. 긴 목은 커진 두뇌를 지탱하기에 불리한 구조였으나, 목 아래로 이동한 후두가 기도와 성대로 분리되면서 하나의 목구멍으로 동시에 숨 쉬고, 먹고, 말할 수 있게 된 불완전한 타협이었다. 비록 오늘날까지 질식 위험과 만성 목 디스크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이로 인해 언어라는 걸 갖게 됐으니 불평할 수만은 없는 꽤 괜찮은 타협이었다. 이규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