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신 과기정책을 말한다] 균형잡힌 `연구안보` 인식 가져야
미·중 기술경쟁으로 촉발된 연구안보(research security) 이슈는 2021년 유럽연합(EU), OECD, G7을 중심으로 하는 다자협의체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이후 국제사회는 일부 행위자가 개방화된 연구 환경을 악용해 일반 연구자의 국제 연구협력 활동을 매개로 연구자산을 탈취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주시하고, 글로벌 연구생태계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연구안보에 관한 적절한 위험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연구자와 이중계약을 통해 타국의 국가연구개발 활동에 간섭하거나 연구자산 유출을 유도함으로써 무고한 연구자가 의도치 않게 규정 위반이나 범법 행위를 강요당하는 위험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수한 연구 인력의 손실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국제 연구 협력의 전제가 되는 신뢰 기반이 흔들리면서 연구안보가 글로벌 의제로 부상하게 됐다.
주요 국가들은 각자의 연구생태계 특징에 맞춘 서로 다른 정책 키워드를 내세워 연구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책들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은 유사하다. 바로 연구자의 일상적인 국제학술교류와 협력활동에 잠재된 위험요인을 연구자에게 알리고, 연구자가 수행하는 공공연구개발 과제에 관한 외부간섭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도 지난해 9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신뢰받는 연구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구보안체계 내실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안보 정책논의가 시작될 것이며 관련 지원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연구안보란 무엇이며 기존의 산업기술 보안과는 어떻게 다를까? 산업기술 보안은 주력 산업의 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 핵심기술 등 연구결과물에 대한 보안을 최우선으로 한다. 반면 연구안보는 연구혁신 전 주기에 걸쳐 국제·개방화된 연구 환경의 잠재된 위험으로부터 연구자와 연구자산을 보호하고, 연구의 투명성, 공정성, 호혜성 등의 연구생태계 핵심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연구안보 이슈는 산업기술에서 과학기술 연구 전반으로, 기술에서 연구자산과 연구자로 대상 범위가 확장되었고, 보안에서 안보로 격상되면서 기존의 산업기술 보안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산업기술 보안은 위반 시 사후처벌에, 연구안보는 사전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해외 과학기술계는 연구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연구안보 위험사례를 접하며 해당 이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연구안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여전히 비판적 견해가 우세하다. 국가·경제 안보 수호를 위한 연구안보의 지나친 강조는 연구자의 연구 자율성과 오픈사이언스를 저해하고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국제연구협력을 통해 기술추격이 필요한 연구 분야의 침체를 유발하여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구안보 이슈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 과학기술 안보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연구안보 위험관리를 통해 유사입장국 간의 동맹이 강조되고 있다. 주요국과의 국제공동연구 협약과정에서 협력 파트너로서 신뢰성 검증이 요구됨에 따라 국내 과기계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연구 활동의 투명성 확보와 유지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민감한 국제정세에서는 동맹국과 신뢰에 기반을 둔 국제협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제연구협력의 양적 확대보다는 협력관계의 질적 심화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연구인력 감소와 지방대학 소멸 위기를 당면하고 있는 한국은 연구생태계의 국제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적에 상관없이 연구협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안전한 연구 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안보 논의의 핵심인 신뢰기반 협력, 연구자의 연구진실성 준수, 연구위험관리 체계화가 뒷받침된 연구생태계의 국제화 및 국제협력의 활성화가 추진될 것을 기대해 본다. ※STEPI Outlook 2024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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