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면 나선 오너家… `위기 극복·승계` 속도
신유열·이규호 등도 중책 맡아
삼성과 롯데, GS, 코오롱, 빙그레 등 주요 대기업의 오너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경영 승계와 책임경영 강화 등 각 회사마다 각각 다른 사정이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한층 더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공통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최근 경영위원회를 열고 이 사장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영입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삼성물산 경영위원회는 오세철 건설부문장 사장, 정해린 리조트부문장 사장, 이재언 상사부문장 사장, 이준서 패션부문장 부사장 등 4개 부문장들이 모여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결정하는 위원회다.
이 사장은 2018년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는 다소 물러나 있었으나, 이번 이동을 통해 5년3개월 만에 친정 격인 삼성물산에 돌아오며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삼성물산 내 4개 부문을 아우르며 브랜드 제고 전략을 맡는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사회공헌업무총괄직만 떼고, 함께 맡고 있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한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브랜드 경쟁력 제고와 함께 사업부문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의 경우 2021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조만호 창업주가 지난 29일 다시 총괄대표로 합류해 한문일·박준모 대표 등과 3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회사측은 오너인 조 총괄대표의 경영 일선 복귀로 과감한 사업 도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도 위메이드의 경우 지난 14일 창업자인 박관호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이 12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작년 말 경영일선에 복귀해 주력인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인 작년 11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재계 3·4세로의 경영승계 움직임도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삼성·LG그룹이 이미 3세·4세 경영으로 세대교체를 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정몽구 명예회장이 2선으로 물러났고 사실상 정의선 회장 체제로 가고 있는 중이다.
롯데의 경우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국내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를 맡으면서 경영수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각각 그룹 주력 계열사의 3개 축을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한때 건강이상설이 나왔던 김 회장은 지난 29일 한화이글스 구단 홈 개막전이 열리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42) HD현대 부회장은 작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경영승계 준비에 한창이며, 허창수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45) 사장의 경우 GS건설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42) 부사장도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코오롱가 4세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우 최근 지주사를 포함한 그룹 주요 관계사 4곳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OCI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의 손자인 이우일(43) 유니드 대표이사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통합셀트리온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장남 체제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빙그레 역시 최근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이들 오너가의 경영승계는 최대 50%에 이르는 상속세 문제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유산 26조원에 대한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약화되며 미래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과도한 상속세 등 경직적인 세제가 민간 활력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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