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에 고개 숙인 `조각투자`

신하연 2024. 3. 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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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 가격 발행가에 밑돌아
투심 악화에 지분 수익률 하락
배당금 5~20원대… 매도 증가
픽사베이 제공.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 즉 '조각' 가치는 꾸준히 하락하면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4월 중순부터 서울 성수 코오롱타워를 기초 자산으로 17억600만원 규모의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공모를 통해 거래량과 유입 고객을 늘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루센트블록 측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투자심리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의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루센트블록이 지난 2022년 처음으로 공모한 서울시 종로구 '안국 다운타우너'의 증권형토큰(SOU) 가격은 이날 기준 2345원으로, 당초 발행 가격인 50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가령 공모 참여자들이 50만원으로 100 SOU를 배정받았다고 가정하면 보유한 지분 가치가 23만4500원으로 내린 셈이다. SOU는 기존 주식시장의 증권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매수세와 매도세에 따라 가격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이 외에 진행한 1~8호 상품도 마찬가지다. 이날 기준 용산구 이태원 베리베리머치(3495원), 대전상업스페이스(3550원), 문래 공차(2905원), 전주 시화연풍(3785원), 수원행궁 뉴스뮤지엄(2905원), 신도림 핀포인트타워 1호(4450원), 신도림 핀포인트타워 2호(4580원) 등의 SOU 가격이 모두 공모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긴 하지만 연 5~6%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1SOU 당 월 배당금은 5~20원대 수준이다.

조각투자는 음원, 미술품, 부동산 등 고가의 실물자산을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구입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수익권 개념으로 분할·판매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경우 조각투자 플랫폼의 경우 투자자들을 모집한 후 신탁을 기반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구조지만 루센트블록, 카사, 펀블 등 3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돼 특례를 인정 받으면서 가능해졌다.

신탁수익증권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향후 매각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배당 받을 수 있고, 수익증권을 주식처럼 거래해 매매 차익을 낼 수 있다.

올해 태영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나서고,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이슈가 불거지는 등 부동산 전반에 대한 시장 심리가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지분을 계속 들고 있는 것보다는 수익증권을 매매하는 것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긴 하겠지만 계약이 주로 5년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에 수익증권을 거래하는 투자자가 더 많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심리가 악화하자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동산은 자산의 성격상 증권만큼 손바뀜이 잦은 종목은 아니기 때문에 월배당과 향후 매각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다"면서 "또 당장 거래 가격이 떨어진다고 건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경험적 혜택이나 매각 진행 등 앞으로도 고객 수익 환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 공모를 서두르는 이유가 투자 유치 이후 투자자들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해 말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투자에는 하나벤처스, 하나증권, 산업은행, 교보증권, ETRI홀딩스,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등이 참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큰증권 업계는 투자자들과 투자 유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달라는 조건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무리할 정도로 다음 공모를 서두르는 이유가 투자자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니즈가 있어서 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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