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연계 ‘기후유권자’ 조명 의미…양당 중심 보도는 아쉬워

이종규 기자 2024. 3. 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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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총선 보도 집중 점검
유권자 목소리·정책 초점 바람직
지역 의제도 묻히지 않게 힘써야
압도적 양당 기사에 소수당 묻혀
‘선택지 2개’ 고정관념 강화 우려
계파 갈등·공방 등 정쟁 쏠린 보도
‘격전지’ ‘공세’ 전쟁용어 신중해야
22대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언론사들 처지에서 선거 보도는 늘 난제다.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독자들도 기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열한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총선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장,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홍연지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가 참석했다. 김우경 에스케이(SK) 수펙스추구협의회 피아르(PR) 담당 임원은 다른 일정이 있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뉴스룸국 이주현 뉴스총괄, 전정윤 인사교육부국장, 황준범 정치부장이 참석했다.
제11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제정임 한겨레의 총선 보도, 어떻게 보셨나.

김종진 총선 관련 기획(내 한 표의 힘)에서 시민사회 요구 사항, 주요 정당의 공약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 것은 가독성 측면에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기사에서 제시한 미래지향성, 구체성, 통합성이 총선 공약 평가 지표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지역균형발전’ 편을 보니, 공약 평가가 꼭 이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진 것 같지도 않다. 공약 평가를 왜 3개 정당을 대상으로만 했는지, 개혁신당 등 다른 정당은 왜 빠졌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3월11일자에 실린 수도권 여론조사 기사에서 연령대별 분석은 있는데 성별 분석이 빠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3월13일자에 실린 여야 10대 공약 분석은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됐을 것 같다.

심창식 한겨레가 정파적이지 않게 사실 위주로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 등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을 잘 짚었다고 본다. 조국혁신당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객관적으로 잘 다뤄줬다. 특히 오늘자(3월25일자) 1면과 5면에 쓴 조국혁신당 분석 기사는 그당 지지자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고, 왜 지지하는지를 잘 분석해 보여줬다. 다만, 내 주변 지인들은 두 가지 아쉬움을 전하더라. 민주당 공천 파동을 비판하는 건 좋은데, 이재명 대표가 왜 그랬는지, 이 대표 쪽 지지층의 주장은 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거다. 균형이 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사 제목을 좀 신중하게 달라는 거다. 예컨대, 3월8일자 4면 기사의 제목(“민주당은 종북세력 숙주”…한동훈, 비례연합에 ‘색깔론’)만 보면, 한겨레에 비판적인 독자 입장에선 ‘한겨레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강조해서 보여주냐’ 이런 반감이 들 수 있다. 기사 취지는 전혀 그런 게 아닌데 제목만 보면 오해 소지가 있다는 거다. 독자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고민해줬으면 한다.

홍연지 선거철이라 정치인들이 자극적이고 날선 언어를 많이 쓰고 있다. 언론이 적당한 거름 장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데, 한겨레가 그 역할을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정제된 언어로 전달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격전지 소개 꼭지도 나 같은 정치 초보 시민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는 독자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느낌이어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다만, 고민스러운 대목이 하나 있다.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기사에서 친명과 비명 의원들을 정리해 놓은 표를 봤다. 궁금증이 해소돼서 좋긴 한데, 무슨 기준으로 나눴는지, 그게 갈등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계파 갈등에 너무 주목해서 보도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준성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거대 양당 위주의 보도인 것 같다. 양당 구도 아래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그게 ‘선택지는 2개뿐이야’ 하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2개가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가 같이 나오는 그런 그림을 보여줬으면 한다. 정치인을 다룰 때 예전에 뭘 했던 사람인지 히스토리를 알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과학계 등 여러 특정 분야에 선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좀 다뤄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준형 선거가 정쟁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정책을 다루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의제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기후 유권자’ 기획은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가 되면 시민사회의 정책 요구가 분출하는데, 이에 대해 각 정당이 어떤 응답을 내놨는지, 기존 정책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보여줌으로써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그냥 묻히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선거가 정쟁화되다 보니 ‘지역’이 더욱 축소돼서 보여지는 것 같다. 지역 의제가 선거 이슈로 좀 더 부각됐으면 한다. 뜻이 맞는 지역 언론과의 협업도 가능할 것 같다.

제정임 쓰레기 폐기장, 신공항 등 지역 공통의 이슈를 뽑아내서, 각 지역 사례를 들어가며 한번씩 짚어주는 방법도 있겠다.

이예진 언론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잘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기후 유권자 기획이 그런 기사였다. 사실 그동안 기후 유권자란 말을 들어도 잘 와닿지가 않았는데, 이번 기획기사를 읽고서 기후위기와 민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됐다. 선거 기사에 격전지, 수세, 공세 등과 같이 전쟁을 연상시키는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유권자 중심이 아닌 후보자 중심의 보도로 느껴졌다. 그런 보도가 선거를 갈등 양상으로 축소시키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용어를 신중하게 썼으면 한다.

김우경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한겨레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그냥 비판적, 민주당은 잘 되라고 비판적’이라는 평가들을 하더라. 그렇다 보니, 한쪽에선 기사에 비판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한겨레의 주독자층인 진보 성향 독자들 입장에서는 한겨레가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유튜브로 넘어가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이런 불만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제정임 선거 보도를 보면 정쟁이나 공방을 전하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게임이나 전쟁을 생중계하는 듯하다. 이런 기사들을 이렇게 많이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공약 분석이나 유권자의 요구 등 정책 보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벌어지는 사건만 따라가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언론이 주도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양대 정당 위주의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소수 정당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현실 정치 지형이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대 정당 위주의 언론 보도가 그런 정치 지형을 고착화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황준범 좋은 말씀 잘 들었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늘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인력과 시간은 제한돼 있다 보니 놓친 게 많았다. 말씀해주신 내용 유념해서 더욱 분발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한겨레가 트집 잡힐 만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요즘 한겨레가 일부 독자들에게 과도하게 비판을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한겨레가 부당한 비판을 받을 때에는 오피니언면에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외부 필진을 좀 확보했으면 한다. 한겨레가 잘한 일도 많은데, 그런 건 전혀 부각이 안 된다. 한겨레도 잘한 것은 좀 자랑을 해도 되지 않나.(심창식 위원)

• 며칠 전에 정부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지원 사업을 폐지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외에도 여성 고용 상담실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한 게 여럿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꾸준히 보도해줬으면 한다.(김종진 위원)

• 현재 신문 판형은 대중교통 등 좁은 공간에서 보기가 너무 힘들다. 토요판 판형으로 바꾸면 어떨까. 또 하나, 토요판 팬층이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플랫폼 등에 토요판 구독권만 따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해봤으면 한다.(홍연지 위원)]

• ‘쩐화위복’은 경제부 기자들이 만드는 거라서 유튜브 등 여타 재테크 콘텐츠보다 믿음이 간다. 그런데 최근 올라온 청년도약계좌 콘텐츠를 보니 초반부는 뉴스레터 문체로 쉽게 설명을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중간부터는 용어 같은 게 다시 좀 어려워지더라. 좀 더 가벼운 아이템, 엄청 기본적인 거지만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들을 다뤄줘도 좋을 것 같다.(이예진 위원)

• ‘오직 한겨레에서만’ 콘텐츠를 아침에 메일로 보내주면 독자 유입을 위한 디지털 전략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이준형 위원)

• 웹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레벨이 올라가게 하거나 중간에 퀴즈를 풀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기사 읽는 재미를 주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방준성 위원)

• ‘쩐화위복’ 콘텐츠에 대해 유용하다는 반응이 많더라. 이걸 오디오 콘텐츠로 만들어서 함께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3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7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선거용 민생토론회’ 분석 기사였다.

1. 재원·타당성 의문…대통령의 ‘졸속 투자설명회’ 경제산업부 박수지 최하얀 기자

한줄평: “보수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내용의 허와 실” “총선 이후 얼마나 지켜지는지 후속 보도 기대”

2. 33.5%, 총선 달구는 기후유권자 스페셜콘텐츠부 박기용 정봉비 기민도 기자

한줄평: “정쟁 중심 선거를 정책과 현안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

3. 세계는 안락사 논쟁중 국제부 김미향 기자

한줄평: “개인의 선택과 행복, 그리고 인간 존엄성 판단 사이의 쟁점 조명”

4. “조국혁신당, 윤 정부와 가장 잘 싸워 선택” 정치부 노지원 엄지원 기자

한줄평: “조국혁신당 ‘약진’의 속내를 잘 들여다본 기사. 유권자들에 대한 생생한 인터뷰가 좋았다”

5. ‘폐국’이 연관검색어로 뜨는 현실…“‘편향 낙인’ 대신 34년 역사 봐주길” 토요판부 신승근 기자

한줄평: “언론 탄압에 의해 한 공영방송이 붕괴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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