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 2타점 3득점' KIA 서건창 "응원해주는 모든 분을 위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회초 1사 1루, 서건창(34·KIA 타이거즈)의 잘 맞은 타구가 두산 베어스 1루수 양석환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모처럼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첫 타석의 불운에 서건창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서건창은 자신보다 더 아쉬워하는 KIA 동료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3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방문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 1도루로 활약하며 팀의 9-3 승리를 이끈 서건창은 "첫 타석에서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한 마음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며 "동료들이 나보다 더 아쉬워하니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 타석부터 서건창은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KIA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0-0이던 5회초 2사 후 서건창은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경기 전 이범호 KIA 감독은 "서건창이 최근 2년 동안 곽빈의 공을 잘 공략(7타수 3안타)했다. 오늘 선발 출전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신뢰에 서건창은 안타로 화답했다.
KIA 이적 후 첫 안타를 신고한 서건창은 곧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했고, 최원준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7회에 볼넷으로 걸어 나간 서건창은 김도영의 몸에 맞는 공 때 또 득점했다.
5-0으로 앞선 8회초 무사 2루에서는 우익수 쪽 2루타를 치며 타점도 올렸고, 김호령의 좌중간 적시타 때 득점을 추가했다.
9회 1사 1, 3루, 이날 마지막 타석에서도 서건창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우전 적시타를 쳤다.
이날 서건창은 이적 후 첫 안타, 타점, 득점, 도루를 모두 기록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던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뛴 서건창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활약했다.
지난해까지 1천256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97, 안타 1천365개, 타점 491개, 도루 229개를 올렸다.
특히 2014시즌에는 KBO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200안타(201개)를 달성하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하지만, 2021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LG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주전으로도 뛰지 못했다.
2023시즌이 끝나고 LG에 방출을 요청한 뒤 서건창은 KIA와 연봉 5천만원, 옵션 7천만원을 합쳐 총액 1억2천만원에 계약했다.
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친 서건창은 교체 출전한 27일 롯데전, 3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31일 경기 전까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서건창에게 이범호 KIA 감독은 또 기회를 줬다.
서건창은 "감독님이 나와 마주칠 때마다 '파이팅'이라고 하신다"며 "긴말이 필요하겠나. 그 세 글자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던 서건창은 KIA에서는 1루수로 출전한다.
그는 "송구를 하던 내가, 이제 동료들의 송구를 받는다. 그동안 함께 했던 1루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웃으며 "KIA 코치님, 동료들이 1루 자리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다. 야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인데, 이런 느낌도 좋다"고 했다.
이제 서건창은 '경기 출장'의 고마움도 더 깊게 느끼고 있다.
서건창은 "한 경기, 한 경기가 무척 소중하다. 선발 출전하지 않는 경기에서도 '교체 출전 기회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한다"며 "오늘 이 느낌을 잊지 않겠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모든 분을 위해 다음 주에 더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고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친 서건창의 머리 위로 KIA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서건창은 감격에 찬 얼굴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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