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찍어 멋대로 유포 '몸평'으로 돈 버는 유튜버들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3. 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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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이 유튜버의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

여성에게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신체를 부각해 촬영하고 편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높은 조회 수로 수익을 내는 영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해 찍은 것이 아닌 거리를 지나다니며 촬영한 영상은 불법촬영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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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압구정 등 번화가서
동의도 안 받고 여성들 촬영
특정 부위 자극적으로 편집
조회수 160만회 넘는 영상도
댓글선 "글래머" 평가·조롱
초상권 침해 성립 쉽지 않아
피해자 늘어 대책 마련 시급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이 유튜버의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

여성에게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신체를 부각해 촬영하고 편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높은 조회 수로 수익을 내는 영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31일 기준 채널 구독자 수가 9만명이 넘는 한 유튜버는 서울 이태원 밤거리를 촬영했다며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의 섬네일(미리 보기) 이미지에는 가슴과 다리를 노출한 여성 4명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순식간에 "다리 좋다" "글래머러스한 여자 있다"와 같은 자극적인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165만회에 이른다.

이런 영상들은 마치 길거리를 찍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표적으로 삼는 것은 길을 걷는 젊은 여성이다.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서울 강남, 압구정, 홍대, 이태원 등 소위 '핫플레이스'를 노린다. 한 유튜브 채널은 여행 채널을 표방하고 있지만 노출이 있는 불특정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었다.

자신이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여성들이 영상에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 댓글에서는 되레 "비싸게 군다" "유독 민감하다"고 조롱하기도 한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가 등장하는 영상이다 보니 피해자들은 자신이 영상에 등장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접했다는 김 모씨(23)는 "불법촬영물과 초상권에 대한 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신체와 얼굴을 적나라하게 촬영해 올리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비슷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채널이 많고 영상 조회 수도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시민 이 모씨(25)는 "강남에 자주 놀러가는데 모르는 새 어떤 사람의 카메라에 찍혀 유튜브에 박제되고 조리돌림당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이런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국적 닐 앤더슨 씨(22)는 "해시태그에 '#SEOUL' '#KOREA'가 적혀 있어 검색할 수 있었다"며 "섬네일부터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영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동의를 받지 않고 올린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법망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해 찍은 것이 아닌 거리를 지나다니며 촬영한 영상은 불법촬영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서울중앙지법 판례는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을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눈높이에서 통상적으로 보이는 그대로 촬영한 것은 수치심을 일으키지 않는 영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영상의 성희롱성 댓글은 성폭력처벌법 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SNS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자정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X(옛 트위터)에는 "길거리를 산책하는 계정인 척하지만 섬네일은 죄다 여성뿐인 교묘한 불법촬영 채널을 신고한다"며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영상들은 꾸준히 올라오는 실정이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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