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는 이광재" vs "한번 더 안철수"… 안갯속 분당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3. 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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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점심시간 고층 빌딩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한 직장인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아는 체를 했다.

선거구가 생긴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안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판교분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연구원 유치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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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분당갑 동행르포
여론조사 오차범위 접전
수도권 최대격전지 부상
安 전연령대 인지도 높아
"기존 정치인 이미지 아냐"
李 지지율 높은 40·50 男
"빨간색 안 보이게 해달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광재캠프

"저 지난번에 11단지에서 뵀었는데. 잘되고 계시죠?"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점심시간 고층 빌딩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한 직장인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아는 체를 했다.

성남분당갑은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이었지만 최근 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지역구는 서현동·백현동·이매동·야탑동·판교동 등을 관할한다. 성남시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부촌으로 꼽힌다. 선거구가 생긴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는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62.5%)가 김병관 민주당 후보(37.49%)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현역인 안 후보의 대항마로 이 후보가 등판하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이 후보와 안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모두 노후신도시 재건축과 서울 지하철 3·8호선 연장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판교분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연구원 유치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벤처기업 종사자들을 겨냥해 성과조건부주식(RSU) 제도 정착, 연기금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 등을 띄웠다.

이 후보는 "분당갑 유권자들이 당만 보고 찍어주지 않는다"며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점심을 마치고 '식후땡'을 즐기는 직장인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주민들의 민원을 휴대폰에 틈틈이 메모했다.

특히 4050세대가 이 후보에게 호응을 보냈다. 이들은 이 후보에게 "역전하실 겁니다" "빨간색 좀 없애주세요"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이곳에서 만난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조현준 씨(45)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안 후보가 IT산업 발전을 많이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통적 국회의원들 모습을 따라가고 있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청와대에도 있었고 도지사 경험도 있기에 주민들께서 행정 일머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봐주시는 것 같다"며 "주민 정책 간담회에서 확실하게 득점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하는데, 제가 일을 하면 천당 옆에 분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후보가 하이파이브를 시도하며 친근하게 다가간 2030세대는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장 모씨(32)는 "양당 모두 서로 네거티브 공방만 하고 욕만 해서 별로"라며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안철수캠프

같은 날 서현동 퇴근길 인사에서 만난 안 후보는 높은 인지도로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급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안 후보는 서현동 우성프라자 인근 사거리에서 퇴근길 시민들과 차량에 끊임없이 손을 흔들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진심을 전달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소상공인들과 만나 "저는 정말 봉사 때문에 정치를 한다. 다른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안 후보에게 다가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회사원 황 모씨(41)는 "기존 정치인들과 이미지가 다른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해 안 후보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유권자도 있었다. 한 주민은 안 후보에게 다가와 "수도권에 의사 가족이 집중 분포돼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도권에서 10석도 못 건질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안 후보는 "그래서 제가 목소리를 낸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주민을 달랬다.

백현동에서 만난 전업주부 김 모씨(60)는 "그나마 지지한다면 개중에는 안 후보"라면서 "여야가 서로 똑같은 방법으로 욕하며 비난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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