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작은 마을서 시작한 몸짓이 세상을 구할 것”

이준희 기자 2024. 3.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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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가족·주민 10년 활동상 담은
‘시민의 기록전-마을의 4.16’ 5월까지
‘시민의 기록전-마을의 4.16’에 참여한 김은호(왼쪽 둘째) 안산희망교회 목사와 임남희(셋째) 선부종합사회복지관 부장 등 안산 주민들이 지난 29일 전시가 열린 4.16 기억전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세월호 참사 10년. 한국 사회는 달라졌을까. 진상 규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이태원 참사까지 일어났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비관한다. 하지만 ‘4.16 시민의 기록전 마을모임’과 ‘4.16 기억저장소’가 함께 주관하는 ‘시민의 기록전-마을의 4.16’은 희망을 말한다. 이번 전시는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시 일동, 사동, 반월동, 와동, 고잔동 주민들이 10년 동안 지역에서 해온 세월호 관련 활동의 흔적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가족과 이웃들이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써온 세월호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담겨있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까지 매주 금요일 촛불을 밝혔던 일동, 지금까지도 가족들과 연대의 밥상을 나누고 있는 반월동, 정부와 언론의 왜곡에 맞서 마을신문을 펴내고 이웃대화모임을 진행한 와동, 청소년을 중심으로 기억 티셔츠 등을 만든 사동, 2015년부터 매년 기억꽃집과 기억음악회를 열어온 고잔동의 활동이 영상, 사진, 책 등으로 전시됐다.

고잔동에서 주로 활동해온 임남희(56) 선부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10년 전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사회복지사였던 그는 당시 현장을 떠난 상태였지만, 2014년 9월 문을 연 ‘힐링센터 0416 쉼과힘’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센터 사무국장을 맡았다. “진상규명이 되고 대책이 마련되면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임씨는 지역사회가 서서히 냉담해지는 것을 느꼈다. “국회와 광화문에서 풍찬노숙하는 가족들이 돌아오면, 지역 주민과 거리가 생기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고잔동 임남희 부장
가족과 지역사회간 거리 좁히려
기억꽃집·기억음악회 매년 열어
“생명·안전 감수성 눈에 띄게 올라가”

임씨는 세월호 가족과 지역 주민을 잇는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단원고가 있는 고잔동 문화마을 축제에서 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로 이어지는 길을 ‘소중한 생명길’로 선포하고 주민들과 함께 걸었다. 1주기를 맞아 시작한 기억꽃집을 매해 열며 이웃들에게 꽃을 나눴고, 가족들과 함께 악기를 연습해 매년 기억음악회도 열었다. 임씨는 “10년 동안 생명과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감수성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 자치 역량도 커졌다”며 “이걸 잘 가꿔나가는 게 아이들이 우리에게 준 과제”라고 했다.

안산 주민들의 세월호 연대 활동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있다. 이준희 기자

와동에서 목회를 하는 김은호(51) 안산희망교회 목사는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부터 18일까지 단원고에서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평소 “교회는 교인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였다. 이후에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김 목사는 “4.16 참사 이후에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며 “그간 마을 주민에게 문화 혜택을 주는 일종의 시혜적인 운동을 해왔다면, 참사 뒤에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와동 김은호 목사
마음속 돌덩이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웃 대화 전국대회’ 열기도
“전시 통해 연결된 우리 확인했으면”

김 목사는 “전국 각지의 모든 국민이 4.16 참사와 같은 큰 돌덩이를 마음속에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며 “시대적 아픔이든, 가족사든, 지역사회 갈등이든 이 돌덩이를 우리가 함께 어떻게 꺼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고민에서 ‘이웃 대화 전국대회’를 열기도 했다. 김 목사는 “한 교인이 ‘4.16 단원고 촛불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며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몸짓, 그 아름다운 몸짓이 세상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모두 연결돼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시민의 기록전-마을의 4.16 포스터. 4.16기억저장소 제공

전시는 5월31일까지 열린다. 전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다만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날은 개관한다. 전시 장소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인현중앙길 38 현대상가 3층에 있는 4.16 기억전시관이다. 아이들이 자주 가던 피시방이 있던 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다소 길이 복잡해 휴대전화로 지도 등을 확인하면서 가는 것이 좋다. 4월6일 저녁 6시에는 5개 동 주민 대표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에 대한 토크쇼를 연다. 전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기획했고, 전시 운영 비용은 모금(https://www.socialfunch.org/416civicexhibit)으로 충당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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