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과해야"...'총선 열세' 국민의힘, 용산에 결단 촉구

정경훈 기자 2024. 3.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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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31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일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16개 시도의사회 대표자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4.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열세라는 평가를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의대 증원 규모 관련 협상, 국정운영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동작을)는 전날 페이스북에 "민심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관련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놓고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의지를 충분히 확인했고 정부의 유연한 태도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사단체와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 대화를 해야 한다"며 정부가 결정한 의대 증원 규모 2000명도 논의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분당갑)도 증원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해진 국민의힘 후보(경남 김해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살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 꿇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인 것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도 "우리는 잘못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지난 28일 "국민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정치 쇄신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전주을)도 같은 날 삭발하고 함거(죄인 나르는 수레)에 올라 "윤석열 정부 심판하자는 마음을 안다. 시민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절인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서 축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31. chocrystal@newsis.com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의 악재로 작용했던 '황상무·이종섭 논란'을 정리한 만큼 이젠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놓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심의 추가 악화를 막고, 더 나아가 선거 판세를 바꿔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무선전화로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58%가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한다고 답한 비율은 34%였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물가(23%)였고 2위가 독단·일방적(9%), 3위는 의대 정원 확대(8%)이었다. (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총선까지 불과 열흘 남겨둔 상황에서 그 전까지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 규모인 2000명에 대해선 타협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증원 규모 결정의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차기 의협 회장으로 뽑힌 임현택 당선인은 집단 내 '초강경파'로 분류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정치학)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여론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 악화를 막고자 여당에서 황·이 논란 정리, 의대 정원 재협상 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 지지를 받았지만, 갈등 국면이 오래가면서 야권이 황·이 논란과 묶어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의사단체를 상대로 '협상을 위해 유연하게 임해달라'는 방어적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야권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여당 비판을 넘어 초당적 대응을 해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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