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 최대 악재가 된 양문석···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이유진·박순봉 기자 2024. 3. 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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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가 열린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문석 경기안산갑 후보가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10 총선을 열흘 앞둔 31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이 민주당의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는 “후보가 대응할 문제”라며 무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당내에선 부동산 문제로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양 후보를 사기대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강민석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후보와 관련해서 왜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냐’는 질문에 “입장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개별 후보가 대응할 문제는 개별 후보가 대응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같은 경우에도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공천 과정에서 양 후보의 재산 신고 일부가 빠졌다는 보도에 대해선 “당에 제출한 자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가 다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천 계양구 유세에서 “물론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침소봉대해서 전혀 다른 잣대로 일방적으로 몰매를 때리고 권력을 행사해서 억압한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똑같은 조건, 수준으로 봤을 때 훨씬 더 심한 저쪽 후보들은 언급도 하지 않는다”며 “결과는 우리 국민의 엄정한 심판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무대응 전략을 택한 것은 당 차원에서 공식 대응에 나선다면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에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파장을 고민하는 것이다. 정리한다고 국민의힘이 가만히 있겠나. 오히려 더 공세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양 후보의 사례가 허위 재산 신고로 세종갑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변호사 건과는 차이가 있다는 판단 기류도 읽힌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명백한 부동산 투기 고의성이 보였지만, 양 후보는 집이 여러 채도 아니지 않냐”며 “아쉬운 점은 있지만 당이 나서서 정리할 만큼인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후보 스스로가 유권자들에게 사과하고 논란을 매듭짓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했다.

앞서 양 후보는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137㎡(약 41평)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수금 31억2000만원 중 11억원을 대학생인 딸 명의의 대출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양 후보는 “편법적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불법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딸 명의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선 “새마을금고 측의 제안”이었으며 “업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이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한 직접 조사를 예고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1일 양 후보 의혹과 관련해 현장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요청이 있을 시 추후 검사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약한 고리로 떠오른 양 후보 편법 대축을 연일 공격하며 ‘야당 심판론’을 부각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광주 태재고개 사거리 지원 유세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양문석씨를 ‘사기대출’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지금 당장 양문석 등 후보의 공직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한 한 의원은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의 역린”이라며 “‘양문석 때문에 수도권 10석 날아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천 때부터 막말로 시끄러웠지 않나. 당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은 “저런 사람과 어떻게 의정활동을 같이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양 후보 의혹이 중도 표심을 움직일 정도인가 하면 현재까지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다만 보수가 결집할 명분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지난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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