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줄은 알았는데, 놀라서 말도 안나오네...이정후, 이치로의 길 따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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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정후는 빅리그 경기가 뭐 별거냐는 듯 너무나 편안하게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정후가 야구를 하며 '롤모델'로 삼은 선수가 일본인 '전설' 이치로다.
이정후가 그 반열까지 오를 거라 장담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치로가 첫 시즌 미국팬들에게 준 강한 충격만큼, 비슷한 인상을 심어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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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잘할 거라 예상은 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할 줄이야….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기세라면 '전설' 스즈키 이치로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정후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4연전, 세 번째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팀이 3-1로 앞서던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좌완 불펜 톰 코스그로브의 스위퍼를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는 펫코파크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4m 대형홈런. 이 홈런을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는 8회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9대6 승리로 2연승을 달렸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입단 할 때부터 1번-중견수로 고정이 됐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통해 낯선 무대 적응을 무사히 마쳤다.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안타를 쳤고, 타율 3할4푼3리로 마쳤다. 홈런도 있었다. 이정후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미국 현지도 생각보다 더 좋은 컨택트 능력, 기대 이상의 파워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경기는 다른 법. 그런데 이정후는 빅리그 경기가 뭐 별거냐는 듯 너무나 편안하게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29일 개막전에서는 첫 안타에 타점도 기록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견제사도 있었지만 성공적이었다. 30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멀티히트에 2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한 계단씩 오르더니 결국 세 번째 경기에서는 홈런까지 때려냈다. 믿기 힘든 '광폭 행보'다.
또 이 홈런이 대단했던 건, 상대 투수가 좌타자가 치기에 매우 까다로운 투수였다는 것이다. 코스그로브는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믄 좌완 사이드암이다. 이미 '서울시리즈'에서도 선을 보여 한국팬들에게도 낯익은 투수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것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여기에 구종도 까다로운 스위퍼였는데 이정후는 완벽한 타이밍으로 공을 퍼올렸다. 타격 기술에 정점에 달했음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15번째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3경기 12타수 4안타 타율 3할3푼3리 1홈런 4타점. 이날 홈런 뿐 아니라 팀이 2-0으로 앞서던 5회 1사 2, 3루 찬스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1타점 희생플라이까지 더했다.
이정후의 부친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아들 덕에 전 세계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개막전 첫 안타 때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 이 전 코치는 홈런이 나오자 지인들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현지 중계진도 이 전 코치가 1994년 KBO리그 MVP였다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첫 홈런공도 받았다. 샌디에이고를 응원하는 현지 가족팬이었는데, 자신들은 김하성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김하성에게 꼭 소개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정후가 야구를 하며 '롤모델'로 삼은 선수가 일본인 '전설' 이치로다. 그래서 등번호도 51번을 쓴다. 마른 몸에, 정확한 컨택트를 하는 야구 스타일이 똑 닮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시애틀 매리너스 원정 경기 때 이치로와 직접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01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타율(3할5푼) 최다안타(242개) 도루(56) 타이틀을 석권하며 MVP와 신인상을 모두 쓸었었다. 이정후가 그 반열까지 오를 거라 장담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치로가 첫 시즌 미국팬들에게 준 강한 충격만큼, 비슷한 인상을 심어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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