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윤 정부 퇴진’ 외쳤다고 ‘민간단체 등록말소’ 안돼···서울시 처분 제동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었던 시민단체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대해 서울시가 등록말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게 이 단체의 주된 목적”이라는 서울시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29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연대)가 서울시를 상대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말소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촛불연대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여했던 청소년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이 꾸린 단체다. 중고생 사회참여 및 인권보호 등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2021년 3월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이 단체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강원도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간담회 등을 열었고, 그해 11월엔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 등을 비판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22년 12월 촛불연대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말소시켰다. 말소 처분 원인으로는 ‘특정 교육감 후보 및 특정 정당과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현 정권 퇴진 촛불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상 비영리민간단체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선 안 되며, 이를 어길 땐 등록말소 처분이 가능하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이 말소된 단체는 공익사업 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고, 공공기관과의 협력사업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촛불연대는 서울시가 든 처분 사유가 적법하지 않다며 불복해 소송에 돌입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촛불연대의 일부 활동이 단체 등록을 말소시킬 만큼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반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촛불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특정 정당과 후보자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촛불연대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10여개 정당에,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는 시·도교육감 후보 63명 모두에게 직접 만든 10대 공약을 제시하며 정책협약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인 측과 협약을 체결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만을 지지한 게 아니라고 재판 과정에서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촛불연대가 서울시가 문제 삼은 정책협약이나 간담회 외에도 중고생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점을 고려해 “촛불연대의 ‘주된 목적’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지원·반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단체가 교육감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은 부분에 대해선 “원고의 설립 목적 및 ‘교육 개혁 활동 및 학생 인권 보장과 옹호를 위한 활동’이란 주된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촛불연대는 “행정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충분히 의심되는 (서울시) 처분에 대해 재판부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며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수호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촛불연대 측을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도 “이 사건의 실질적 쟁점은 표현의 자유”라며 “이번 판결로써 법원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함부로 공격하는 이들에게 그 공격은 위법함’을 분명히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2022년 10월 말부터는 ‘촛불연대 집회에 참여하면 봉사활동 시간이 인정된다’는 조작된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와 가짜뉴스가 온라인 공간을 떠돌았고, 보수언론들은 이를 사실인 양 보도했다”며 “해당 언론 등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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