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헤어질 수 있을까"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2024. 3.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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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중국과 갑자기 헤어지면 경제적 위기 빠질 수도
산업 전환기 맞이한 중국서 기회 찾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수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올해 중국 경제는 수출, 부동산 경기 둔화세가 완만해지고, 서비스업 투자와 소비 확대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중국 정부 업무보고 10대 과제 중 최우선순위는 '신질(新質) 생산력' 발전의 가속화였습니다. 신질 생산력이란 전통적인 첨단 과학기술, 높은 효능과 품질을 가진 선진 생산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은 기술 자립·자강에 초점을 맞춘 클러스터를 조성해 공급망의 최적화 및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아울러 중국은 전략산업과 미래 산업에 속하는 인공지능, 우주·항공, 배터리 등 첨단 기술에 집중해 산업·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성장을 위해 자동차·전자제품·녹색·헬스·문화 오락·관광 등 분야의 신(新)소비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이 강성하고 부흥하려면 과학 기술을 대대적으로 발전시켜 세계 주요 과학의 중심이자 혁신의 고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 발전을 통해 산업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기술 도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견제에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지도부는 전체주의적 성향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을 떠나지 못한 외국 기업들은 더 이상 사회주의적인 시장경제조차도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채고, 기회가 오면 중국을 떠날 결심을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는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전면 봉쇄했습니다. 충격적 상황을 경험한 외국인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새로이 인식하게 됐습니다. 투자 의욕은 떨어졌고 급기야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중국과 헤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중국이 공급망을 잘 구축해놨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국만큼 원·부자재 그리고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가 규모 있게 골고루 발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나 기업인 그리고 전문가들은 중국 시진핑 정부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돌아섰기 때문에, 중국에는 희망이 없고 중국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유럽조차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전략에 모두 협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HSBC그룹에 따르면 해외 기업 중 80% 이상이 향후 중국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합니다. 왜 대(對)중국 투자를 늘릴까요? 중국에서 이익을 얻고 있고, 중국 경제의 회복과 거대한 소비시장 그리고 디지털경제와 통합된 공급망 등이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3년 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가상현실 등 디지털경제의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5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라는 점도 중국과 헤어지기 아쉬운 포인트입니다.

중국이 현대적 산업체계 구축, 소비 잠재력 증진과 투자를 통한 내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의 한국 방문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자금과 중국 시장을 책임질 테니 우리에게 기술을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산업 포트폴리오가 우리나라만큼 잘 구축된 나라는 없습니다. 중국에 기술을 공여해줄만한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편견의 눈으로 중국을 보면 안됩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경제적 협력국입니다. 중국과의 경제 활동이나 파트너십으로부터 갑자기 탈퇴한다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망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인들조차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세계에서 중국을 가장 잘 아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급속한 산업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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