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적정 손실률 '20년 vs 10년'..창과방패 싸움 시작됐다

권화순 기자 2024. 3.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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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배상 홍콩 ELS, 산 넘어 산]③'10년 손실률' 설명의무 위반여부, 치열한 공방전망
K은행 작성 운용자산설명서상 손실위험 시나리오 분석표/그래픽=윤선정


은행들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에 금융감독원의 배상기준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판매사 제재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제재 수위를 두고 금감원과 은행간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20년 손실률 안 알려주면 법 위반?...금감원-은행 치열한 공방 예상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시작될 홍콩 ELS 제재 절차 과정에서 금감원과 은행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기본배상 비율 20%의 근거이자, 대규모 과징금 근거가 될 '설명의무 위반' 여부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검사결과(잠정)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이 아닌 10년으로 임의변경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0%)으로 축소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점 직원이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이라고 권유해 안전상품으로 오해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지적대로 은행들이 과거 20년 손실률을 쓰면 2008년~2009년 금융위기 시점이 포함돼 마이너스(-)가 날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과거 10년간 손실률 통계만 활용하면 원금손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쟁점은 '20년 손실률'을 은행들이 반드시 써야 하냐다.

20년 손실률을 활용한 시나리오 제시는 근거 규정이 없지 않다. ELS를 발행해 직접 판매하는 증권사의 경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준칙'에 따라 과거 손실률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홍콩 ELS와 같은 파생상품의 경우 '금감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과거 20년 손실률 통계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 작성기준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 위임한 만큼 지키기 않으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다만 은행은 ELS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증권사 상품을 가져다 신탁상품(ELT)으로 팔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 일각에서는 ELS를 직접 발행하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과거 20년 손실률을 써야 한다는 규제(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제재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일부러 손실 위험을 왜곡한 게 아니라 홍콩 H지수가 급락할 것으로 예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복현 원장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시각은 다르다. 은행이 ELT 계약시 자체적으로 작성한 운용자산설명서를 투자자에게 설명·교부하면서 ELS 발행사(증권사)가 작성한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내용을 일부러 왜곡·누락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는 20년 손실률 기준으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했는데, 은행은 신탁 고객에게 이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자체적으로 작성한 10년 손실률 반영 운용자산설명서만 교부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 손실률을) 누락한 건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은행이 20년 손실률을 쓰지 않은 것이 법 위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다. 설명의무 위반시 과징금 규모가 불어나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설명의무 위반 혹은 부당권유시 판매금액의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도덕이 아닌 법의 잣대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법 위반은 없었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초 홍콩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한 검사 사항에 사실관계 위주로 검사의견서를 발송한다. 해당 금융회사는 검사의견서에 의견을 내는 절차가 이어진다. 이후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이 개최돼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 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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