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시금치, 2위 쑥갓... 늙지 않는 사람들이 먹는 녹색 채소 1위는?
[왕개미연구소]
동갑이라도 노화 시계는 30년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추적하는 초장기 프로젝트인 ‘더니든(Dunedin) 연구’가 밝혀낸 데이터 분석 결과다.
더니든 연구란, 지난 1972~73년에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태어난 1000여명의 성장 과정을 추적 관찰하는 의학 프로젝트다. 지난 1972년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여러 과학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참여자들이 38세(2010~2012년)가 되던 해에 실시해 발표한 연구 결과는 특히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개인의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38세라고 해도 노화 진행 정도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는 28세부터 61세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또래라고 해도 노화 시계는 사람마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각자 다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흘러가는 노화 시계의 속도, 어떻게 해야 늦출 수 있을까. 내과 의사인 구도아키(工藤あき)씨는 그의 저서 ‘회춘의 영양학 간단 도감’에서 “당장 오늘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노화 진행 속도가 달라진다”면서 “젊음을 오랜 시간 유지하면서 매력적으로 늙어가고 싶다면 식단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노인대국답게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안티에이징 식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다. ‘늙지 않는 최강식’의 저자 사사이에리코(笹井恵里子)씨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싱싱한 야채를 먹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야채는 색깔별로 주된 영양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빨강·초록·노랑·보라·검정(赤緑黄紫黒)의 오색(五色)이야말로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사이씨는 이어 “야채는 몸을 녹슬게 하지 않는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해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지만 색이 옅지 않은 것으로 골라야 좋다”면서 “야채나 과일의 짙은 색 부분에 항산화 성분이 듬뿍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물학 관련 저서를 다수 쓴 일본 코난대학의 다나카오사무(田中修) 명예교수는 짙은 색 채소를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햇빛은 식물에 있어 중요한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장소에서 자라는 경우엔 너무 강한 자외선이 오히려 해롭고 위험한 존재입니다. 식물들은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진한 색소를 더 많이 만들어 냅니다. 그 과정에서 점점 더 선명한 색깔로 변하게 되지요.” 즉 활성산소는 식물이 태양에서 빛을 흡수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상 세포가 죽게 되고 결과적으로 노화가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항산화 물질로는 비타민C, 비타민E,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 4가지가 기본이다. 노화와 음식 관계에 정통한 영양관리사 모치즈키리에코(望月理恵子)씨는 “노화 방지를 위해선 오색 채소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치즈키씨에 따르면, 채소는 색깔별로 영양 성분이 전부 다르다. 빨강색은 리코핀이 있어 미백에 좋고, 초록색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피부를 건강하게 만든다. 노랑색은 체내에 비타민A작용을 발휘하는 베타카로틴당량이 많아서 피부에 탄력을 주고 얼굴 잔주름을 개선시켜 준다. 보라색은 망막이나 수정체의 영양분이 되는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눈을 맑게 만들어 준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검은색은 몸 속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다.
오색 채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초록색이다. 모치즈키씨는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피부 점막이 재생되고 촉촉해져서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면서 “베타카로틴은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튀김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된 초록 채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사이에리코씨에 따르면, 1위는 몰로키야, 2위 쑥갓, 3위 시금치 순이었다.
1위인 몰로키야(molokhia)는 한국에선 많이 낯선 이름이지만, 중동 지역에선 국민 음식으로 통한다. 세계 3대 미녀로 뽑히는 클레오파트라가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선 ‘파라오의 음식’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비타민A, C, E가 풍부하고, 노화의 적(敵)인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힘이 강력하다. 식감이 부드러워서 이집트에선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영양 음식으로 줄 정도라고 한다. 이집트에선 잘게 썬 소고기나 닭고기 등을 육수와 함께 끓인 다음, 향긋한 몰로키야를 넣어 걸쭉한 스튜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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