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족들 귀가 번쩍 뜨일 소식”…알짜땅 판자촌이 아파트촌으로?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3.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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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24]
서울시, 성뒤마을 지구계획 변경
1600가구 이상 공공분양 하반기 진행
노원 백사마을, 3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최고 20층 3000가구 대단지로 변신
강남 구룡마을, 조만간 토지보상 절차
용도지역 올려 고층 대단지로 천지개벽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 [사진출처=노원구]
1960년대 정부는 종로구 청계천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을 개발하고 나섰습니다. 그 여파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야 했죠. 1970년대 강남 개발, 1980년대 서울올림픽 준비 기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갈 데가 없어진 이들이 서울 외곽에 있는 산기슭에 판자촌을 짓자 여러 마을이 형성됐어요.

오랜 시간이 흐르며 많은 마을이 개발됐지만, 아직 과거 모습을 간직한 곳도 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대표적입니다. 여전히 연탄을 뗄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화재·홍수에 취약한 동네입니다. 예전부터 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는데요. 최근 조금씩 진전을 이루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알짜 입지’ 서초 성뒤마을, 7층 아닌 15층 안팎 중고층 단지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동네는 방배동 성뒤마을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공공주택 브랜드 ‘뉴홈’의 사전청약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 성뒤마을 물량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과 가까운 알짜 입지인 만큼 언제쯤 분양될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성뒤마을은 1970년대 강남개발로 밀려난 이주민들이 우면산 자락에 정착해 만든 판자촌입니다. 수십 년간 난개발이 이뤄진데다 재해 위험도 커 서울시는 2017년 이곳을 공영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성뒤마을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이 됐어요.

2015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전경 [매경DB]
개발 가이드라인이라 불리는 지구계획은 2019년에 마련됐습니다. 이듬해 구체적인 건축계획안도 나왔습니다. 7층 높이 공동주택 813가구를 짓기로 계획했죠. 임대주택이 310가구, 분양주택이 503가구로 각각 구성됐습니다. 용적률은 160% 가량이 적용됐습니다.

지난해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기존 주민과 고물상 등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현재 자진 이주를 독려하는 상황입니다. 무허가 건물 거주자 가운데 법적 조건이 맞지 않아 분양을 못 받는 이들은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 같은 절차가 남아 성뒤마을 분양 물량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데요.

사전청약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한차례 더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대신 분양 물량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28일 기존 계획을 변경하는 안건이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용적률을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쓸 수 있는 최대치인 200%까지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위치도 [사진출처=서울시]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이곳은 최고 20층 높이 160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 합니다. 기존 813가구보다 787가구나 더 공급되는 겁니다. 구체적으론 임대주택 590가구, 분양주택 310가구, 민간주택 700가구가 각각 풀립니다. 주택 평형도 31~59㎡로 다양하게 지을 예정입니다.

산자락에 있는 만큼 자연환경을 누리는 ‘정원 도시’로 구현하는 게 서울시 목표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5년에는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할 계획”이라며 “2028년에는 사업을 완료해 시민들이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전청약은 미리 할 수 있어 올해 하반기에 기회가 열릴지 주목됩니다.

노원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 ‘9부 능선’ 넘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 있는 백사마을도 변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유명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촬영 장소로도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백사마을이란 이름은 옛날 주소인 산104번지에서 유래했습니다. 이곳은 1960년대 후반 서울 도심이 개발되며 밀려난 철거민들이 불암산 자락에 모여 만든 동네입니다. 전체 면적은 18만 7979㎡에 달합니다.

낡고 불량한 건축물이 많아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개발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보전을 중시하는 정책을 폈는데요. 백사마을도 이에 구역이 둘로 나뉘게 됐습니다. 판잣집을 다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공동주택구역(A1)’과 기존 마을의 지형과 골목길을 남겨두는 ‘주거지 보전구역(A2)’으로 말입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 [사진출처=서울시]
서울시는 주거지 보전구역의 땅을 사들여 여기에 저층 다세대 임대주택 484가구를 짓겠다고 계획했습니다. 문제는 땅을 사고 임대주택을 짓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거였죠.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에 이 사업이 타당한지를 물었습니다. 이후 행안부가 ‘다시 검토하라’는 심사 결과를 내놓으며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됐습니다.

이 가운데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6년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듬해 SH공사가 새롭게 사업시행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 사업이 조금씩 진척을 보였고 지난 3월 15일 무려 15년 만에 재개발 사업의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노원구청이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한 겁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이주와 철거·착공뿐입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의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공동주택구역(A1)에는 최고 20층 높이 아파트 1953가구가 지어집니다. 주거지 보전구역(A2)에 저층 임대주택 484가구를 짓는 방안도 일단은 포함됐습니다. 총 2437가구가 공급되는 셈입니다. 이 중 조합원 분양 물량이 1278가구입니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아 자이 브랜드를 달게 됐습니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이주하고 철거·착공하는데 1~2년이 걸리는데요. SH공사는 그 사이 주거지 보전구역에 대한 정비계획을 아예 바꿔버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존 마을을 남기지 않고 공동주택구역처럼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는 겁니다. 주거지 보전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도 열린 입장입니다. 서울시장이 바뀌며 보전이 아닌 개발로 시정 기조가 달라졌거든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 조감도 [사진출처=노원구]
주민들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사업성이 좋아지는데다 통합 재개발을 하게 되면 미래가치가 높아진단 판단입니다. 3월 27일 전체회의에선 ‘주거지 보전’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황진숙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정비계획을 바꾸면 분양주택이 1953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조합원 물량을 빼면 1200가구 가량이 일반분양 물량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강남 구룡마을, 고층 대단지로 천지개벽할까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도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에 있는 이 마을은 비닐, 판자, 부직포 등으로 지어진 무허가 판자촌입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곳곳이 개발되며 쫓겨난 철거민들이 자리 잡으며 형성됐습니다.
2022년 촬영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전경 [매경DB]
화재와 풍수 등 재해에 취약해 2011년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주체들 간 갈등이 이어져 오랜 기간 사업이 표류했습니다. 기존 거주민은 1107가구 가량입니다. 그간 판자촌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권을 주장하며 수년간 다퉈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는 “토지보상법 상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분양권을 줄 수가 없다”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대신 임대주택의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지원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두 기관은 조만간 토지 보상 작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물론 원만한 협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은 늦어질 수 있습니다.

2022년 촬영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모습 [매경DB]
앞서 서울시는 2020년 구룡마을에 2838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이보다 더 많은 주택이 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땅의 용도지역을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룡마을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된다면 용적률은 25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최고 높이 35층 이상인 아파트도 충분히 지어질 수 있는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3600가구 이상이 공급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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