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3후보로 어부지리?…다급한 민주, '법적 공세' 돌입[딥포커스]
10%대 심상치 않은 지지율…바이든 측, 후보 등록 무효화 공격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77)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美) 대선판을 '제3후보'가 흔들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답하면 150년이 넘도록 제3후보는 미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 즉 제3후보의 단독 대선 승리 가능성은 '기적'이라는 뜻이다. 대체적인 선거가 결국 대세 주자들을 사이에 두고 표가 갈리는 밴드왜건 효과(편승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 또한 제3후보의 승리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다만 제3후보의 존재감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접전 상황으로 치닫게 돼 1표가 아깝게 되면 대세 후보들은 제3후보가 잠식하는 표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제3후보에서, 소위 대선 승패를 결정지을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 발돋움하는 순간이다.
◇케네디 주니어, '캐스팅 보터' 떠오르나
지금까지 11월 미 대선 과정에서 캐스팅 보터로 일컬어질만한 인물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꼽힌다.
그는 이번 대선의 무소속 주자이면서 미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 출신이다. 구체적으로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 아들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테드 케네디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조카다. 하버드대 출신의 환경 분야 변호사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정부의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사실 케네디 주니어는 등장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4월 민주당에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같은 해 10월 전격 무소속 출마 쪽으로 방향키를 돌렸는데, 그쯤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결코 적지 않은 수치로 집계됐다.
당시 그와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가상 3자 대결 여론조사(로이터 통신·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서 케네디는 1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미 대선에서 무소속의 제3후보로서 10% 이상을 득표한 대표적 인물로는 2019년에 고인이 된 억만장자 로스 페로 정도가 꼽힌다. 페로는 1992년과 1996년 두 해 모두 제3의 후보로서 대선에서 뛰었는데, 특히 1992년 대선 때 제3후보의 힘을 확실히 보여줬다.
당시 그는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사이에서 18.9%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로가 보수 표를 잠식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빌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양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확연히 표출된 사례로도 꼽힌다.
◇'케네디 등 표 분산'…'바이든 패' 영향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26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캘리포니아 출신 니콜 섀너헌(38)을 지명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눈길을 모았다.
섀너헌이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이라는 점도 화제를 모았으나 '30대·여성·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주목됐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고령자 대결'에 환멸하는 젊은이, 또 무당파를 염두에 두고, 제3의 후보로서 전략을 세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 또한 섀너헌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 "점점 더 많은 밀레니얼과 Z세대(MZ세대) 미국민이 미래에 대한 신뢰와 국가에 대한 긍지를 잃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모두 이에 따라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 안테나를 바짝 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역시 더 긴장하는 쪽은 바이든 대통령 측이다.
케네디 가문은 대표적인 '민주당 가문'으로 일컬어지고, 이에 따라 일부 가족들은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대선 출마를 택했을 당시, 그의 출마가 나라에 위험이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 26일 알자지라 방송은 케네디의 러닝메이트 지명에 대해 보도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케네디 주니어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은 그의 스타 파워적인 이름(케네디)이 바이든의 표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7일 발표된 미 퀴니피악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에서 두 사람은 각각 48%, 45% 지지율을 보여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해 질 스타인(녹색당), 코넬 웨스트(무소속)까지 포함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로 바이든 대통령(38%)을 1%포인트(p) 차로 앞섰다. 케네디 주니어는 13%, 스타인은 4%, 웨스트는 3%를 각각 얻었다.
즉 '표의 분산'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바이든 측 '후보 등록 무효화' 법적 공세로
이 같이 케네디 주니어가 일명 '스포일러 후보'(spoiler candidate·망치는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자,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는 케네디 주니어의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하는 '법적 공세'에 착수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2년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이었던 다나 레무스, 당 외부 변호사인 로버트 렌하드가 이 공세를 이끈다.
렌하드는 NYT에 "모든 후보가 규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꽤 어렵다.
'투표용지 접근'(Ballot Access)이라는 절차에 따라 주마다 각각 유권자 서명을 받아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에서는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텍사스나 뉴욕과 같은 일부 주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 주에서는 러닝메이트가 있어야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어떤 주에서는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는 게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어찌됐든 무슨 일이 됐든지간에 전국위원회(RNC·DNC) 등 조직이 갖춰진 기성 정당에 비해 무소속 후보들로서는 등록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기성 정당의 전문가들이 요건을 '꼼꼼히' 따지고 들면, 후보 등록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 된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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