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멀쩡' 고층 아파트 절도, 단서 찾은 의외의 곳…27년 경찰의 눈썰미

김지성 기자 2024. 3.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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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이어 "최근 주거침입 절도 범죄는 단일범 소행이 많은데 이번 사건은 주범 3명과 이들에게 대포폰과 차량을 제공한 조력자 2명까지 총 5명이 함께 움직였다"며 "짧은 시간 안에 일당 모두를 특정했고 나흘간 서울, 부산, 통영, 거제 등 약 5000㎞를 추적한 끝에 전원을 검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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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송대진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경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송대진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경감). /사진=김지성 기자


"새벽이슬을 맞고 실외기 위에 찍힌 범인 발자국이 드러난 거죠. 발자국을 단서로 수사에 들어갔어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오래된 계단식 아파트만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침입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행으로 아파트 12곳에서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송대진 서울 광진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장(경감)은 '4000만원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 보통 주거침입 절도 범죄가 발생한 장소는 출입문이 파손돼 있거나 창문이 열려있는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이 남는다. 이번 현장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가정에서 벌어진 절도 신고는 적잖은 확률로 가족 구성원 등 내부 소행으로 결론난다. 이번 사건은 달랐다. 송 경감과 강력2팀 소속 경찰관들은 이번 '흔적 없는 절도 사건'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집안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다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위 흐릿한 발자국을 포착했다.

송 경감은 "사건 현장이 아파트 고층인 데다 베란다 외부로 설치된 실외기라 자칫 지나칠 수 있었던 부분이 발견됐다"며 "발자국 발견 당시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범인이 집안에 침입하기 위해 밟은 에어컨 실외기. 흐릿하게 범인의 발자국이 표시돼 있다. /사진제공=서울 광진경찰서


송 경감은 결정적 단서를 토대로 CCTV(폐쇄회로TV) 확인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팀원들과 함께 사건에 매달린 결과 반나절 만에 범행을 벌인 일당이 모두 3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 가족이 집을 비우는 시간을 파악해 각자 역할을 나눠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 중 A씨(40대)는 아파트 입주민이 나올 때를 노려 건물에 침입한 뒤 망을 봤다. A씨 도움으로 건물에 들어간 B씨(50대)는 계단을 통해 고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위 창문으로 나가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집안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C씨(40대)는 범행 장소에서 1~2㎞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범행을 마친 A씨, B씨와 함께 지방으로 달아났다.

송 경감은 "요즘에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해 현금이나 귀금속을 집안에 잘 두지 않는다"며 "범인이 절도하려 집안에 침입했더라도 허탕 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절도가 아닌 주거침입으로 신고되는 사례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거침입 절도 범죄는 단일범 소행이 많은데 이번 사건은 주범 3명과 이들에게 대포폰과 차량을 제공한 조력자 2명까지 총 5명이 함께 움직였다"며 "짧은 시간 안에 일당 모두를 특정했고 나흘간 서울, 부산, 통영, 거제 등 약 5000㎞를 추적한 끝에 전원을 검거,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송 경감은 올해로 27년 차인 베테랑 경찰관이다. 대부분 경력을 형사과 강력팀에서 채웠다. 형사과 강력팀은 살인, 강도와 같은 흉악 범죄뿐 아니라 절도 등 생활형 범죄도 담당한다. 2017년에는 휴대전화를 훔쳐 해외에 밀반출한 조직원 100여명을 한 번에 검거하기도 했다.

송 경감은 "사건의 경중을 떠나 강력팀 형사들은 늘 현장으로 출근해 발로 뛰어다닌다"며 "속된 말로 '나쁜 놈'을 잡아 마지막에 수갑을 채우며 미란다원칙을 고지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해 후회 없는 경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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